부마사태 계엄군 출신의 작가의 12·3 계엄사태를 다룬 ‘계엄의 추억’ 출간

글자 크기
부마사태 계엄군 출신의 작가의 12·3 계엄사태를 다룬 ‘계엄의 추억’ 출간
계엄의 추억/김동철/청어/1만6000원

1979년 부마사태 계엄군 출신 김동철 작가가 증언한 소설이다. 책은 1979~1980년 부마민주항쟁과 삼청교육대의 폭력을 겪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계엄이 개인의 몸과 기억에 남긴 상처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 2024년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국가 권력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왜곡했는지를 차분하고 집요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계엄을 정치 사건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문제로 끌어내며, 역사의 반복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계엄은 한 시대의 제도가 아니라, 한 세대의 기억”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1979~1980년 부마민주항쟁과 삼청교육대의 폭력을 지나, 12·3 비상계엄이라는 현재적 사건으로 되돌아오며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반복을 문학적으로 증언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과거 계엄군이었던 주인공이 최애 프로그램인 『한일가왕전』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계엄이 선포된 데서 시작한다. TV 화면 속 헬기와 군인들의 국회 침투에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46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다. 주인공에게 계엄은 끝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였다. 숨겨놓은 비밀 서랍 속의 추억들이 하나씩 꺼내져 현실화된다.
김동철/청어/1만6000원 이 소설의 특징은 계엄의 구조나 정치적 논쟁을 장황하게 해설하지 않는다. 대신 방위병 기봉, 삼청교육대 생존자, 기자 출신 화자의 내레이션 등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전면에 세운다. 특히 삼청교육대를 거쳐 반병신이 되어 사회로 돌아온 기봉의 서사는 이 소설의 정서적 핵심이다. 그의 몸은 국가 폭력이 남긴 기록물이며, 그 기록은 어떤 공식 문서보다 생생하다. 문체는 과장되지 않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프다. 누명을 쓰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기봉의 고린내 나는 옷, 찢어진 신발, 절룩거리는 걸음 같은 구체적 묘사는 피해자의 존엄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의 잔혹함을 전달한다. 이 작품이 계엄을 다루면서도 선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소설에 주목할 대목은 사랑 서사의 배치다. 동백과 준수의 관계, 도쿄에서의 밀월, 부산의 노래와 장소들이 이어지는 로맨틱한 장면들은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그것은 폭력의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이 끝내 붙잡고 싶었던 ‘정상적인 삶’의 상징이다. 저자는 사랑을 통해 계엄의 비정상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은 민주화 이후의 현실에 대해서도 날 선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군사정권은 무너졌지만, 탐욕과 권력 중독은 천민자본주의의 얼굴로 나타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계엄군으로서 국가의 명령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마침내 붙잡혀온 시민과 대학생 7명을 풀어준 것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그것은 국가에 대한 항명이었지만, 아무리 계엄 아래에서도 무조건 인신을 체포하는 데에 대한 반항이었다. 이 사실을 적은 수양록(군인 일기)이 나중에 발견되어 주인공은 헌병대에 송치되어 우여곡절을 겪는다. 주인공은 군 제대 후 사회부 기자가 되어 광주민주화운동 3주기 현장을 취재하고 1987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취재에 동참, 권력이 군부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이양되는 현장을 조명한다.

주인공에게 계엄은 끝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였다. 숨겨놓은 비밀 서랍 속의 추억들이 하나씩 꺼내져 현실화된다. 소설은 민주화 이후의 현실에 대해서도 날 선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군사정권은 무너졌지만, 탐욕과 권력 중독은 천민자본주의의 얼굴로 나타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