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자 일본 산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희토류 공급이 위축되면 자동차, 전자부품, 기계 등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업계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공업회 회장인 사토 고지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지역 속성에 의존한 공급망으로 정말 일본이 세계에서 싸워나갈 수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업계 전체의 연대를 주문했다. 중국이 지난해 4월 미국에 대해 7종의 중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하자 포드자동차 공장이 멈췄고, 그 여파로 일본 스즈키자동차도 일부 소형차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던 만큼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신화·EPA연합뉴스 중국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자석을 수입해 자동차 생산 설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도쿄의 한 중소기업 사장 역시 NHK방송에 지난해 4월 자원 조달 지연으로 납기를 연장하느라 애를 먹었던 경험을 전하며 “희토류가 규제 대상이 되면 일부 제품은 단종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호주로 거래처를 옮겨 공급망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닛산자동차처럼 희토류 사용량을 최소화한 모터 상용화를 추진 중인 곳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바야시 요시미쓰 일본생산성본부 회장은 전날 “일본이 이사를 할 수도 없고, 기본적으로는 중국과 잘 지내는 수밖에 없다”며 “앙금을 조금씩 덜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 직무대리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중국이 규제 품목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채 ‘모호한 전술’을 펴는 가운데 한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이날 진행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에서는 ‘중국(원소재)→일본(가공소재)→한국(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상 중국의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강화’ 조치로 일본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수입과 산업 전반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급망 자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2벤더, 3벤더로 내려갔을 때 생기는 이슈는 기업들이 같이 대응하자는 협의가 된 상태”고 말했다.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가동하기로 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