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생성] 중국 당국이 메타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 건에 대해 기술 수출 통제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틱톡 인수 건에 이어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마누스가 핵심 인력과 기술을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중국 법에 따른 수출 허가 대상 여부인지를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로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인수 건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 미국 정부가 중국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대해 강제 매각을 추진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입한 바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앞서 메타는 지난달 29일 마누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미·중 기술 경쟁 속에 미국 기업이 중국에 기반을 둔 AI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양사는 구체적인 거래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FT는 "20억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인수"라고 보도했다.
마누스는 '제2의 딥시크'로 불리는 스타트업으로 챗봇 중심이던 AI 흐름을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형태로 전환하며 주목받았다. 원래 중국 본토에서 초기 연구개발(R&D)을 수행했으나, 지난해 여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중국 당국은 이를 규제 회피 목적의 '싱가포르 워싱'으로 의심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제2 본사나 지사를 두는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은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이미 일반화된 전략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거래가 쉽게 승인될 경우 자국 AI 스타트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탈출하는 '탈(脫)중국' 현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마누스의 핵심 제품인 AI 기반 기술이 중국의 '필수 핵심 기술'로 분류되지 않아 중국 정부의 개입 시급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국 상무부의 향후 판단에 따라 메타의 인수 완료 시점이 연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인수 건이 미국과 중국 간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세계무역기구학회 수석 전문가인 추이판 교수는 소셜미디어 위챗에 "마누스가 중국과 관계를 조금씩 멀리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기업) 투자 제한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신속하게 단절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규제 체계를 모두 우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번 인수를 워싱턴의 대중 투자 및 기술 제한 정책의 '성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크리스 맥과이어 선임연구원은 "마누스의 인수는 미국의 투자 및 AI 칩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AI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마누스의 이탈은 현재 미국 생태계가 더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아주경제=이은별 기자 star@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