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악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도입을 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삐걱대고 있다. 경상환자의 무분별한 장기치료에 제동을 거는 이른바 '8주 룰' 도입을 놓고 한의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금융당국 간 미묘한 입장차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사전예고했다. 시행세칙엔 그동안 보험사가 조기 합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향후치료비(합의금)를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에게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 담겼다. 경상환자가 8주 이상의 치료를 원할 경우 추가 자료제출과 심의를 받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해당 세칙 개정은 국토부가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3월1일부터 개정된 세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의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금감원의 세칙 개정은 사실상 교통사고 환자의 8주 치료제한을 기정사실로 하는 조치"라며 "교통사고 피해 국민의 정당한 치료받을 권리를 보험사의 이익과 맞바꾼 처사이자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의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건 주요 수익원인 자동차사고 환자가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가 8주 초과 치료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심의를 통해 장기치료에 대한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더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2024년 기준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통계에서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가운데 8주를 초과한 치료 환자 중 87.2%는 한방 환자였다.
한의업계는 금융당국이 국토부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토부 측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8주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에 보험사가 포함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현재 이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중인데 확정안이 나오기 전 금감원이 3월 시행을 못 박고 한발 앞섰다는 게 한의업계 측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한의업계의 강한 반발이 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사고 관련 의료쇼핑과 과잉진료에 따른 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의업계가 밥그릇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에 보험사가 포함된 건 그동안 보험사에 쌓인 여러 경상환자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치료 판단에 객관성을 더해보자는 의미"라며 "심사위에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등도 포함돼 있는데 마치 보험사가 8주 초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매도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등의 여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최근 크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형 손보사 4곳의 손해율은 92.1%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대형사 손해율 82%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2024년 97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엔 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해율 상승으로 올해 자동차보험료가 1%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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