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장갑차로 호송된 마두로… “결백” 항변하다 발언 차단 [트럼프, 마두로 축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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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갑차로 호송된 마두로… “결백” 항변하다 발언 차단 [트럼프, 마두로 축출]
美 법정 첫 출석 수의 입고 양쪽 발목에 구속장치 입장 후 변호인들과 일일이 악수 변호인, 국가원수 면책특권 주장 30분 동안 진행… 다음 심리 3월 본 재판까지 1년 더 걸릴 수도 법원 주변선 체포 찬반 시위도
미군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체포돼 뉴욕시 외곽 브루클린의 구치소에 구금된 지 이틀 만인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카키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였던 마두로 대통령은 두 손이 결박되지는 않았지만 양쪽 발목에 구속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삼엄한 경비 속에 이동했다. 구치소부터 중무장한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맨해튼 남단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어 장갑 트럭으로 옮겨탄 뒤 법원으로 호송됐다.
법정 스케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오른쪽)가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 모습을 그린 법정 스케치. 양쪽 발목에 구속 장치를 착용한 마두로는 자신이 미군에 납치됐다며 마약 테러 공모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뉴욕=AFP연합 낮 12시쯤 법정에 들어선 마두로 대통령은 먼저 나와 있던 변호인단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이후 자리에 앉아 통역용 헤드폰을 착용했다. 앨빈 헬러스타인 예심 판사가 입장하기 전까지 그는 책상 위의 종이에 뭔가를 계속 메모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임명돼 뉴욕 사법계의 노익장인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 사건이 처음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된 2020년부터 이 사건을 배당받아 다뤄왔지만 실제 재판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이 출석한 심리는 기소인부 절차라는 미국의 형사 재판 절차로, 재판에 앞서 판사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무죄를 묻는다. 유죄를 인정하면 본 재판 없이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지만 대부분 경우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유죄를 가리기 위한 재판이 이어진다. 미 연방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t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자 헬러스타인 판사는 ‘니콜라스 마두로가 맞냐’고 질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나는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대통령이며 1월 3일부터 이곳에 납치돼 있다”고 말했다.

헬러스타인 판사가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 및 소지 공모 총 4개 혐의에 관한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 인정 여부를 묻자 마두로 대통령은 “나는 결백하다. 나는 무죄이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전쟁포로”라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헬러스타인 판사는 도중에 말을 끊고 “이 모든 것을 다룰 시간과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피고인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법적 권리를 설명해줬다.

함께 법정에 출석한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눈과 이마에 붕대를 붙인 상태였다. 변호인은 플로레스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말했다. 자신을 “베네수엘라의 퍼스트레이디”라고 소개한 플로레스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나는 무죄이다. 완전히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출석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 남부연방법원 청사 입구에서 무장경찰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마두로 대통령 측 변호인인 배리 폴락 변호사는 판사에게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사법 집행이 아닌 군사작전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국가원수로서의 면책특권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락 변호사는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내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인물로, 국제적·정치적으로 민감한 형사사건에서 미국 법원의 관할권과 기소의 적법성을 다뤄온 변호사다.

이날 절차는 약 30분간 진행됐다. 다음 심리 기일은 3월 17일로 잡혔다. 사안의 심각성과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본 재판 개시까지는 1년 넘게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법원 주변엔 안전 펜스로 둘러싸인 채 삼엄한 통제가 이뤄졌다. 법원 인근에선 마두로 대통령이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시위와 미군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군사작전을 비판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14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탈출한 아드리아나 말라베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며칠간) 벌어진 일이 제정신이 아닌 일로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에(마두로 체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법정 출석을 환영했다. 일부 시위대는 스페인어로 “사형을 선고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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