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논의 한창인데 의료진 脫한국 러시… “지·필·공 대책 시급”

글자 크기
증원 논의 한창인데 의료진 脫한국 러시… “지·필·공 대책 시급”
9년간 해외진출 年평균 21% 급증 인기 과목 피부·성형이 42% 차지 보정심, 의대정원 규모 심의 착수 일각 “정원만 늘리면 불균형 심화” 2027년도 증원 500명 안팎 가능성 정부 “지역격차·교육 등 고려할 것”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최근 9년간 국내 의료진의 해외 진출이 연평균 21%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피부·성형외과 등 ‘인기과’가 42%에 달했다.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단순 의대 정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분야에 의료 인력을 확대할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이 시행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의료 해외 진출 누적 신고 건수는 총 249건으로 집계됐다. 의료 해외 진출은 2016년 7개국 10건에서 2024년 15개국 45건으로 연평균 20.7% 늘었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인기 과목인 피부·성형 분야가 105건(42.2%)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 외에 치과 38건, 한방 15건, 재활의학과 8건, 정형외과·산부인과·일반외과 각 7건 등이 해외로 진출했다. 의료사고 부담이 적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인기과 쏠림현상이 해외 진출에서도 두드러진 것이다.

정부는 이날 보정심 회의에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보고받고 내년도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추계위는 최근 2035년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500명 안팎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정심은 이런 보고 내용을 토대로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한다. 늦어도 다음 달 설 연휴 전까지 결론 낼 방침이다. 다만 추계위 결론에도 반발했던 의료계는 보정심 결정에 대해서도 “졸속 추진”이라며 저항할 가능성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대생 증원 규모도 중요 쟁점이지만, 무엇보다 늘어난 의대생이 지역·필수 의료 분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하며 의·정 갈등은 봉합됐으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복귀하거나 피부과 등 인기과목 위주로 전공을 선택하는 인력 격차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진료 공백이 빈번하다. 경남 합천군에 따르면 지역 A종합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의 계약이 만료됐으나 후임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진료를 일시 중단했다. 병원 측은 소아청소년과 환자는 내과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3세 미만 영유아는 인근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의대생 증원은 의료 인력의 불균형만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모인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전날 “확대된 의사인력이 지역·필수·공공의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패키지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정원만 늘리고 배치·근무·교육·지역 인프라를 손 놓는 방식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가 조정을 비롯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의료사고에 대해 배상보험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정심도 회의에서 추계위 결과 보고와 함께 지역·필수 의료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보정심은 직전 회의에서 의사인력 양성규모 심의기준으로 지역의료 격차·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 상황 해소, 보건의료 정책 변화, 의대 교육의 질 확보 등을 꼽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은 국민의 지역·필수·공공의료 접근성 확보와 필요 인력을 기준으로 의대 교육 여건 등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장한서 기자, 합천=강승우 기자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