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막 내린 '버핏 시대'…버크셔, 에이블 체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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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막 내린 '버핏 시대'…버크셔, 에이블 체제 출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6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버크셔의 신임 CEO로 취임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이자 누적수익률 610만%를 기록하고 떠나는 버핏을 뒤로하고 새 수장에 오른 에이블 CEO의 어깨가 무겁다. 시장은 그의 향후 투자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 2일 CNBC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내가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일보다 그가 일주일에 해낼 일이 아마 더 많을지 모른다"며 "나는 미국 내 다른 최고의 투자 자문가나 CEO보다도 그레그가 내 돈을 관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깊은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버핏의 신뢰에도 에이블 CEO가 취임한 뒤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버크셔 A주는 1.41%, B주는 1.15% 하락 마감했다. 소위 '버핏 프리미엄'이 빠진 것이다. 이제 에이블 CEO는 버핏 없는 버크셔에서 새로운 성장 시대를 열어야만 한다.


'버핏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은 누구?

버핏은 지난 2021년 "오늘 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일 아침 경영권을 물려받을 사람은 그레그가 될 것"이라며 후계자로 에이블 CEO를 지명했다. 버핏의 '오른팔'로 불렸던 고 찰리 멍거 부회장도 "에이블이 우리 문화를 잘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에이블 CEO는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출신으로 노동자 계층 주거지역에서 세일즈맨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무역을 전공했고 1984년 대학 졸업 이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1992년 지열발전회사 칼에너지에 합류한 뒤 이 회사가 미드아메리칸에너지로 이름을 바꾸고 1999년 버크셔에 인수되며 버핏과 인연을 맺게 됐다. 다만 CNBC에 따르면 에이블 CEO는 미드아메리칸에너지가 버크셔에 인수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 영국 전력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이미 버핏의 눈에 들었다.


이후 그는 버크셔 에너지 CEO로 버크셔의 에너지 사업을 이끌고, 2018년엔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 올라 크래프트하인즈 등 비보험계 회사를 관리해왔다.


자사 광고에 록커로 분장해 등장하거나 '오피스', '올 마이 칠드런' 등 인기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해 대중과 소통을 즐긴 버핏과 달리 언론이나 투자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이블 CEO를 '예리한 거래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에이블 과제는…518조 어디로 향할까

에이블 CEO가 취임하며 WSJ 등 외신과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버크셔가 보유한 3580억달러(약 518조원) 규모의 현금 운용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홈디포와 프록터앤드갬블(P&G),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액수다. 버크셔는 버핏의 퇴임에 앞서 12분기 연속 주식 순매도를 거듭하며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금 보유에 대해 버핏이 현재 주가가 너무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후임자를 위한 준비라는 분석도 나왔다. 에이블 CEO는 작년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막대한 현금 보유액에 대해 시장 침체 시 버크셔에 완충 역할을 하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에이블 CEO는 이 현금을 자사주 매입, 다른 기업 인수, 주주 배당금 지급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버크셔는 지난 5분기 동안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고, 버핏이 CEO로 재임한 이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1967년 단 한 번뿐이다. 최근 십수년간 눈에 띄는 기업 인수도 드물었다.


알렉스 모리스 TSOH 설립자는 "버핏은 전설적인 투자자로서 현금을 쌓아두더라도 월가와 버크셔 주주로부터 관대한 평가를 받았지만, 에이블 CEO는 그런 대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을 계승할지도 관심사다. 버핏은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등 기술주가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애플을 제외한 기술주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버크셔는 이례적으로 작년 11월 애플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 43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누가 이 결정을 내렸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JP모건으로 떠난 토드 콤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나 테드 웨실러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결정일 수도 있으나, 규모로 볼 때 버핏 또는 에이블 CEO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2020년 초까지도 폴더폰을 사용했으며 기술 기업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해온 버핏보다는 에이블 CEO의 결정일 것으로 추측한다. 만약 에이블 CEO가 이번 알파벳 투자를 주도했다면 버크셔가 앞으로는 기술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다음 연례 주주 서한을 주목하고 있다. 매년 2월 연례 주주 서한을 집필해온 버핏은 올해부터는 자신이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에이블 CEO가 올해 서한에서 어떤 미래 비전을 제시할지 기대하고 있다.


'포스트 버핏' 진용 꾸린 버크셔

버핏의 퇴임을 앞둔 지난달 버크셔 경영진은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버핏 체재에서 에이블 체재로 본격 전환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서도 향후 버크셔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버크셔 자회사 가이코의 CEO였던 콤스 매니저가 회사를 떠나며 낸시 피어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뒤를 잇는다. 버핏과 약 40년을 함께한 마크 햄버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6월 1일 퇴임하기로 결정했다. 찰스 창 버크셔 에너지 수석 부사장이 차기 CFO를 맡는다.


법무 총괄 직책을 처음으로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스냅 출신 마이클 오설리번이 이 자리를 맡는다. 또 애덤 존슨 넷제츠 CEO가 버크셔의 소비재, 서비스 및 소매사업 부문 사장을 맡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러한 리더십 변화를 언급하며 에이블 CEO가 버핏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계열사들의 경영 자율성을 중시했던 버핏과 달리 직접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이블 CEO가 조종간을 잡더라도 버크셔가 갑자기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핏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고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만큼 경영에 있어 연속성을 담보한다. 또 에이블 CEO는 지난해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지난 60년간 투자 철학과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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