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가운데 쿠바에서는 미국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동맹국으로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조에 의존해왔다.
4일(현지시간) 미 CNN은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하던 수개월 동안 쿠바에서는 '다음은 쿠바 아니냐'는 불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전날 오전 1시께(미 동부시간 기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다.
CNN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쿠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야에 들어온 상황"이라며 "수십 년간 베네수엘라의 대규모 원조에 의존해 온 쿠바 공산정권에는 엄청난 충격"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도 당했는데" 쿠바 사회 불안감 확산
특히 미군이 단 한명의 사상자 없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두고도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 쿠바 하바나의 한 주민은 "수십 년 동안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개입을 경고해 왔다"며 "하지만 막상 일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군대를 무장시키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미군 작전으로 쿠바는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쿠바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마두로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혁명군과 내무부 소속 인원 32명이 베네수엘라 당국의 요청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투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쿠바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틀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 경호 인력이 쿠바인이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CNN은 전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원들은 쿠바 억양의 스페인어를 사용했고, 젊은 시절 하바나에서 공부했던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 인사보다 쿠바 참모들을 더 신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돈로 독트린' 천명…베네수엘라·쿠바 동맹 시험대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로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동맹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련 붕괴 이후 베네수엘라는 수년간 막대한 석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쿠바의 정보·경제·보건 인력을 받아왔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생전에 양국을 '하나의 조국'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 타계 당시 쿠바는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차베스를 쿠바 혁명 이후 유일한 외국인 시민으로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생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로 독트린'(1823년 제임스 먼로 전 미국 대통령의 선언을 공격적으로 재해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언급하며 미주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정권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책 '쿠바와의 비밀 통로: 워싱턴과 하바나 간 협상의 숨겨진 역사'의 공동 저자인 피터 콘블루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이 신속하게 성공한 것은 쿠바 정권 교체를 주장해 온 미국 내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같은 긴장 고조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쿠바에 최악의 시점에 겹쳤다고 전했다. 쿠바는 연료 부족과 노후 발전소 문제로 정전이 일상화됐고, 식량 부족은 영양실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쿠바 국영 방송에서는 쌀 소비를 줄이자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와의 동맹을 지키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위해 우리는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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