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고소한 도둑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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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고소한 도둑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매를 든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잘못한 사람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오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유명한 여배우 나나와 그 모친의 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모녀와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체포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30대 남성으로 알려진 강도범은 나나 모친의 목을 조르는 등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나나와 모친은 함께 강도를 제압했고, 그 과정에서 강도는 턱 부분에 열상, 즉 베이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흉기를 든 채 서로 잡고 밀고 당기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추측됩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관은 다행히도 나나와 그 모친에 대해서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따로 입건하지 않았는데요. 더 기막힌 건 그다음입니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중인 강도가 나나를 형사 고소한 겁니다. 고소 죄명은 살인미수와 특수상해입니다.

다행히도, 경찰이 그 고소를 받아들여 살인미수죄나 특수상해죄를 인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나나가 강도범을 제압하면서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형법 제21조 제1항에는 정당방위 규정이 있고, 그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현재의 급박한 위험이 야기되었을 때 부득이한 방어 수단으로 최소한의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필요 상황에서 ‘과격한 폭력’과 ‘합리적인 폭력’을 구분하여 후자는 처벌하지 않는 영국이나, 주거지 등 사유 영역에서는 물러나지 않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캐슬 독트린’을 채택한 미국 등 외국 법제에 비해 정당방위의 인정에 있어 박하다는 우리나라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누가 봐도 명백히 나나 모녀가 정당했다는 뜻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남의 집 베란다로 들어와 칼을 휘두르는 강도. 목이 졸리고 있는 나이 든 모친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달려든 맨손의 젊은 여성. 정의의 여신이 어느 쪽 편을 들어줄지는 분명합니다.

누가 봐도 가능성이 없는 고소를 강행한 건, 상대방이 연예인이라는 걸 노린 비열한 한 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인미수’라는 자극적인 죄명으로 기사가 나는 건, 이미지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살인미수’라는 죄명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하다가 베개로 얼굴을 눌렀다든가, ‘죽여버린다’라고 말하면서 달려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장에 살인미수를 기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죽이려다가 실패’한 모든 행위가 살인미수에 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살인미수 죄명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극도로 신중합니다. 살인미수죄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아니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일반 상해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매우 무겁기 때문입니다. 실무상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은 공격하는 사람의 의도가 ‘상해의 고의’였는지, ‘살해의 고의’였는지입니다. 살인미수가 되려면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노리거나 감수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하급심 판례를 보면 부엌칼이 아닌 커터 칼로 사람의 가슴을 찌른 경우, 만취하여 싸우다가 식칼로 옆구리를 찌른 경우, 주먹과 발로 수십 회 온몸을 때린 경우 전후 정황이나 살해 동기 등을 면밀히 따져 살인의 고의까지는 없었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터무니없는 고소를 한 강도에 대하여 무고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요? 답은 ‘Yes or No’입니다. 무고는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때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허위의 사실’입니다. 법률상 ‘사실’이란, 진실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명제를 말합니다. 단순한 평가나 의견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 발을 걸어 넘어뜨려서 날 죽이려고 했다’는 내용으로 살인미수로 고소했을 때,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이 행동이 살인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히 무혐의 처분을 받을 뿐 고소 자체가 무고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린 행동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면, 이는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고로 처벌하려면 고소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폐쇄회로(CC)TV 영상, 현장 녹음 등 매우 명확한 물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억지 주장을 펼치는 강도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경찰에 신고하거나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행위는 ‘공연성’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고소인이 동일한 내용을 제3자에게 떠들고 다닌다거나, 인터넷에 게시한다거나, 언론에 제보하는 등 대중에게 널리 퍼뜨린다면 그때는 명예훼손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강도는 흉기를 들고 침입한 사실까지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맞고소까지 하는 뻔뻔함에 대중이 분노하고 있지만,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강도가 받게 될 1심 판결의 형량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로서는,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소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피해자가 유명인이어서가 아니라, 법관도 가족을 둔 사람이며, 사람에게는 자신의 집에서 마음 편히 거주하며 생명과 재산의 위협을 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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