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집념의 충돌…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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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집념의 충돌…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우민호 감독 첫 OTT시리즈 전작 ‘마약왕’ 서사, 권력 덧입고 확장 국가 발전 내세운 70년대 욕망 고찰 시즌2 염두에 둔 ‘투톱’의 대립 권력 좇는 백기태 vs 열정파 장건영 물과 불 같은 캐릭터 진검승부 볼만
“이것도 나랏일이고 애국이다. ”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의 초반부를 관통하는 이 대사는 시청자의 윤리 감각을 자극한다. 1970년,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현빈)가 한국에서 제조한 필로폰을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두고 내세우는 논리다. 외화를 벌어들이고, 수출 역군이 되며, 새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므로 이것은 ‘애국’이라는 주장이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중앙정보부 과장 지위를 이용해 마약 사업을 벌이는 백기태(왼쪽·현빈)와 이를 막으려는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결을 그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여동생이 “중독자들 생길 거 아니야. 나라 엉망 될 텐데”라며 윤리적 반문을 던지자, 그는 태연하게 선을 긋는다. “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거야.” 국가 발전을 앞세운 폭력적 논리가 합리적인 것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지난달 24일부터 공개 중인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중앙정보부와 검찰, 마약 조직, 일본 야쿠자가 얽힌 욕망과 권력의 음습한 지형도를 그린다. 한국산 마약 거래로 부와 권력을 움켜쥐려는 중정 과장 백기태와 이를 추적하는 부산지검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이 서사의 축이다.
◆‘마약왕’에서 이어진 우민호 세계의 연장선

이 작품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 등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첫 OTT 시리즈 연출작이다. 그러나 조금도 낯설지 않다. 그의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해온 남성 앙상블, 폭력, 권력, 욕망이라는 키워드는 여지없이 반복된다.

전작 ‘마약왕’(2018)을 시리즈로 확장한 듯한 인상도 강하다. 똑같이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일본에 ‘메이드 인 코리아’ 히로뽕을 수출하며 이를 ‘애국형 무역’이라 포장하던 마약왕 이두삼(송강호)의 논리는, 이번 작품에서 제도권 권력의 언어를 입고 한층 정교하고 위험한 형태로 진화했다.
우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 ‘남산의 부장들’(2020)이 권력 핵심부의 공포와 배신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그 권력이 개인의 욕망과 결탁해 괴물로 증식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추적한다.

백기태는 중정이라는 권력의 보호막 안에 있으면서도 몰락에 대한 불안과 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부모를 일찍 여읜 뒤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부양해왔다는 이력은 그의 선택에 일종의 명분을 덧씌운다.

반면 장건영의 아버지는 태평양전쟁에 징용돼 히로뽕 중독자가 된 채 귀환한다. 중독 상태에서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은 건영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가 마약 수사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 그 집념의 근원이다. 성격이 모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외골수인 그는 번번이 진급에 실패하고도 멈추지 않는 검사다.

우 감독은 두 캐릭터의 대비에 대해 “장건영이 뜨겁고, 인간적이고, 소탈한 캐릭터라면, 백기태는 바지에 주름 하나라도 구겨지면 안 되는, 칼처럼 떨어지는 외형으로 차별점을 줬다”며 “물과 불 같은 대비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장르 혼합과 이탈 시즌2로 이어지는 ‘메인코’

‘메이드 인 코리아’ 1화는 1970년 일본항공 비행기 납치 실화인 ‘요도호 사건’을 차용한 하이재킹 스릴러다. 가상 인물 백기태를 실제 사건 한가운데에 배치해 그의 능력과 야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화는 살인사건 수사물의 외피를 쓰고 장건영을 소개하며, 3화는 여성 캐릭터 금지(조여정)를 중심에 세운 정치 드라마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띤다. 1∼2화가 캐릭터 셋업에 집중한다면, 3화에서야 욕망이 충돌하며 각 진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초반 1∼3화는 장르와 톤이 들쑥날쑥해 시청자로서는 드라마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 회차가 독립적 경험을 제공하는 실험적 미덕이 있으나, 다음 회차로 이어지는 서사적 추진력은 약화된다. 시즌1 절반을 넘어서는 4화에서야 사건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고, 5∼6회에서 두 인물의 대립을 폭발시키는 느린 전개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작품의 전체 윤곽은 시즌2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작품은 시즌1 공개 전부터 시즌2 기획을 발표했으며, 각 6부작씩 총 12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시즌1에서 사건을 일단락한 뒤, 시즌2는 9년 후인 1979년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국면을 그릴 예정이다.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촬영 중인 시즌2까지 포함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사회가 애국·개발·안보 등의 언어로 어떻게 개인을 타락시켰는지 탐구할 예정이다.

글로벌 성과도 눈에 띈다. 5일 글로벌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전날 글로벌 차트 3위를 기록했다. 한국·홍콩·대만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회차는 이달 7일(5화), 14일(6화)에 각각 공개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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