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새해 한국, 단순 속력 아닌 오래 달릴 지구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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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  새해 한국, 단순 속력 아닌 오래 달릴 지구력 필요하다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붉은 말’로 상징되는 병오(丙午)년 새해가 밝았다. 주변 모습을 둘러보면 온통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 속에서도 그래도 한가락 희망을 품어본다. 개인이나 기업, 심지어 국가도 새 술을 담기 위해 새 부대를 준비한다. 시간이 갈수록 초반의 기세는 다소 누그러들지만, 최대한 버텨보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삼국지의 명마인 적토마(赤兎馬)처럼 모두 힘차게 뛰는 한 해가 되자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속도와 추진력을 회복하자는 기대를 모은다. 최근 한국이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근본적 이유도 과거와 같은 기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속력이 아닌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의 축적이 아닐까 싶다.
 
국가가 일정 궤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 성장 속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뒤처지지 않고 일정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아야만 지속해서 살아남는다. 하지만 앞서간 상당수 나라나 국가나 기업이 이를 알면서도 대응을 하지 못해 주저앉고 만 사례가 허다하다. 문제는 전환기적 사고를 갖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면서 스스로 혼돈에 빠져드는 우(愚)를 범한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미·중 충돌 격화로 30여 년 만에 세계는 다시 분열되고 있다. 폐쇄적이면서 자유무역이 위협받는 탈(脫)세계화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화가 개인의 빈부 격차는 물론이고 부국과 빈국의 지각 변동이 진행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일자리의 왜곡이 지구촌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지역이나 이념을 넘어 빈부·세대·젠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잠재 성장 동력이 고갈, 경제적 파이가 확대되지 않으면서 이해 당사자 간의 대립이 극한의 평행선을 달린다. 이 틈새를 정치권은 교묘히 파고들어 진영의 이기를 부추기고 포퓰리즘을 남발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기업은 눈치만 보고 국내 투자는 외면하고 해외로만 나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더 일하기보다 더 챙기면서 더 노는 데만 관심이 크다. 한국 제조업의 평균 임금이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보다 무려 25%나 높다고 하니 과연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지 의문시된다. 현재의 임금 인상 추이를 볼 때 이 격차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공산이 훨씬 높다.
 
이러한 악순환은 낡은 관치(官治)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경제계에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경제로 전환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냉혹한 현실 진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실용(實用)을 전면에 내세운다. 연초부터 외교 라인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작년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이어 중국과 일본으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정치와 경제는 실용과는 무색하게 공회전을 거듭한다. 실용의 출발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의 전환이다. 최소한 노동자의 지위와 기업의 가치를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 공공 부문의 개혁을 통해 규제를 줄이고 기업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오죽하면 K스타트업이 한국을 외면하고 미국이나 해외에서 기업을 시작하겠는가.
 
미·중에 치우치지 않고 미들파워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축적된 역량 활용해야
 
작년 우리 수출이 7,000억 불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발(發) 관세 압박에 더해 중국 시장 수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쾌거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긍정과 부정이 겹친다. 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24%나 된 점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자동차나 조선 등 6개 품목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 등 9개 품목은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유망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조선·방산·원전 등을 주력으로 키워나가야 수출 구조가 탄탄해진다. 한편 고무적인 것은 중국·미국 등 양대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5%로 줄어든 점이다. EU·아세안·중남미·중동 등으로 시장의 지평을 다변화해 나가야 한다.
 
또 하나 바람직한 현상은 해외 시장에서 K푸드·뷰티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농수산식품·화장품·전기기기 수출이 1,574억 불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보인 점이다. 김, 단일 품목 수출이 10억 불을 돌파했다. 한류(韓流)라는 소프트파워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해외에서 광범위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컬처는 이미 글로벌 장르가 돠고 있고 전 세계가 한국 모방에 열정적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한국인의 눈높이에 고정하지 않고 세계인의 눈과 귀, 입맛에 맞게 재창조해낸 탁월한 능력에서 기인한다. 특히 한류는 공공이 아닌 민간의 완벽한 역량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도 섣불리 공공이 이에 발을 담그면 낭패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이들 제품에 대해 첨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R&D 지원에 인색한 현실을 전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우리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글로벌 신(新)질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미·중 양대 파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서 움직이는 미들파워 국가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이들은 미·중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힘의 원천을 만들려고 서두른다. 일례로 독보적인 광반도체 기술을 가진 네덜란드의 ASML을 비롯하여 유럽의 빅테크들이 제조 강국 한국과의 전략적 제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원자재 부국 호주도 신흥 광물 공급망 제휴에 적극적이다. 미·중이 빠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가입도 방침이 정해졌으면 서둘러 들어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미들파워의 중심, 즉 ‘다크호스(Dark Horse)’ 국가로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가 이념과 진영에 휘둘리지 말아야 경제와 안보의 두마를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실용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아주경제=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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