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중만이 '상처 난 거리'에서 마주한 10년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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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중만이 '상처 난 거리'에서 마주한 10년의 시간들

사진작가 김중만(1954~2022)이 2008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서울 도심의 한 뚝방길에서 촬영한 나무 연작을 선보인다.


김중만의 개인전 'STREET OF BROKEN HEART'가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태풍과 인간의 개입 속에서 상처 입고 변화해 온 나무들을 대형 한지 위에 흑백으로 인화한 사진을 중심으로 펼쳐 보인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화면을 만들어내며, 기록과 사유의 경계를 넘나든다.


김중만은 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을 오가며 한국 사진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온 작가로, 이번 연작에서도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다큐멘터리와 조형적 사진 사이의 긴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작업의 출발은 작가가 작업실로 향하던 인적 드문 길에서 거의 부러질 듯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는 그 길에 늘어선 나무들이 해마다 태풍과 도시 개발로 훼손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오갔고, "네 사진을 찍어도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무려 4년 동안 단 한 장의 사진도 촬영하지 않았다. 이후 나무의 상처가 자신의 내면과 겹쳐 보이던 어느 날, 작가는 비로소 촬영을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9년 동안 수천 장의 흑백사진을 남겼다.


그는 이 거리를 '상처 난 거리'라 명명했다. 작품 속 나무들은 상처를 과장하거나 폭로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화면 중앙에 서 있다. 겉으로는 고요하고 조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통과 파괴, 그리고 살아 있으려는 긴장이 응축돼 있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이 인물사진에 가까운 수직 구도로 촬영된 점이 특징인데, 이는 풍경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나무를 하나의 존재로 대면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화면 속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검은 새는 프레임을 넘나들며 시선을 붙잡고, 명확한 해답 대신 질문을 남긴다. 김중만은 이 작업을 통해 사진의 현재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며, 사회학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진 흐름과 달리 보다 샤머니즘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대상과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도시의 버려진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상처의 고통과 애잔함, 그리고 그 안에 깃든 강한 흡인력은 이 연작을 단순한 풍경 기록이 아닌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상처 난 거리'는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그 안에 놓인 개인의 내면을 비추는 은유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처와 회복,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김중만은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프랑스의 니스 국립 응용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75년 니스의 아틀리에 장 피에르 소아르디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데뷔, 19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면서 일찍 주목받았다. 유학 일세대의 기수로 사진의 대중화를 일으킨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다. 무엇보다 틀에 짜인 관습과 앵글을 거부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의 피사체를 담아내는 패션사진가로 이름을 알렸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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