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 중심의 조직 개편 이후 내부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원론적 메시지라기보다 '결과를 내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소비자 보호 관련 실적 압박이 커질수록 과잉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금융권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장의 고강도 주문이 사이버 사고 감소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5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내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는 감독·검사·분쟁조정 간 환류 기능의 상호 활성화를 주요 기조로 삼았다"며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자 핵심은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대와 직급, 부서를 넘어 동료들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경청·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립하는 데 함께 노력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금감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부 소통에만 초점을 맞추고, 시장이나 정부 부처 등 외부와의 소통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2019년 윤석헌 전 원장 이후 7년 만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신년사 발언을 단순한 조직 문화 개선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소비자 피해 구제 수단인 분쟁조정 기능이 상품·제도 담당 부서인 감독국으로 이관된 만큼, 금융 사고 감소나 금융사 내부 통제 강화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만 조직 개편과 독려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감독 실효성을 높이기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해킹 등 사이버 사고의 경우 분쟁조정 기능 이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감독 인력 확충 없이는 대응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역시 이를 의식해 지난달 22일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정보기술(IT)·가상자산·시장 교란 행위 대응 등 현안 부서장을 대거 유임했다. 이종오 디지털·IT 부원장보와 이승우 공시조사 부원장보를 포함해 국장급 7명이 자리를 지켰다. 금감원은 당시 "IT 정보 유출, 가상자산 해킹, 주가조작 척결, 환율 급등 등 현안 대응이 시급한 부서를 중심으로 인사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카드 해킹 사고 제재심의, 금융위원회 회의 절차, 쿠팡 금융계열사 검사 전환 가능성 등이 남아 있어 IT 부서장 유임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이버 사고 대응 인력 증원이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의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조사 시스템을 구축해 주가조작 등 긴급하고 중대한 사건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인력 보강과 함께 조사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는 금감원장의 소비자 보호 중심 메시지가 과잉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 최대 현안인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ELS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통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강화 기조로 소비자 분쟁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관 제재 수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이 원장이 상품 판매뿐 아니라 제조·설계·심사 단계까지 감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경우 금감원 임직원은 물론 금융사 상품 담당자와 영업 현장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 역시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금감원장이 아니라 '금융소비자원장'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며 "분쟁 관련 업무가 늘고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독려 메시지가 강해질수록 민원과 분쟁 신청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 감독부터 사후 제재까지 전반적으로 강도가 높아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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