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희망 고문은 끝났다. ” 2026년 재계 총수들은 AI 거품을 걷어내고 당장 돈이 되는 ‘수익화’를 지상 과제로 내걸었습니다. 말뿐인 비전이 아닌 냉철한 성적표를 요구하는 이 시점, 삼성전자가 던진 2.6조 원 규모의 ZF 인수는 테슬라 독주를 막고 실력을 입증하겠다는 가장 확실한 대답입니다. 스포츠서울이 보여주기식 경영과 결별하고 압도적 ‘기술 초격차’로 승부하는 재계의 치열한 생존 전략을 분석합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막연한 희망 대신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경영은 끝났다. ”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아침,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내놓은 신년사의 공통된 화두는 ‘거품 제거’와 ‘본질 회복’이었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긴 터널을 지나온 재계가, 올해는 단순히 ‘버티는 생존’을 넘어 압도적인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확실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던진 것이다.
◇ “AI, 이제는 돈을 벌어와라”…4대 그룹의 ‘실리 경영’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의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인공지능)와 신기술을 대하는 태도다. 지난해까지가 ‘AI 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AI 수익화(Monetization)’라는 구체적인 성적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SK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다진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는 실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과 수익 창출을 이뤄내는 ‘결실의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한파를 뚫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계열사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해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라는 주문이다. LG 구광모 대표 역시 “AI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기술의 ‘실용성’에 방점을 찍었다.
◇ ‘초격차’와 ‘품질’…흔들리지 않는 기본기(Back to Basic)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유독 ‘기술’과 ‘본원적 경쟁력’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침과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타협 없는 기술 리더십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라며 임직원들의 정신 무장을 독려했다. 이는 대외 환경이 아무리 불확실해도, 결국 압도적인 기술 격차만이 위기를 돌파할 열쇠라는 ‘삼성의 본질’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대전환(SDV)’을 지속 추진하면서도 제조업의 근간인 ‘품질’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정 회장은 “전동화 전환의 과도기일수록 기본기인 품질과 안전에서 신뢰를 잃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며 조직 내부의 기강을 다잡았다.
◇ 젊은 리더십의 ‘형식 파괴’… “관행과 결별하라”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한화 김동관 부회장 등 경영 전면에 나선 3·4세 리더들의 신년사에서는 실용주의 색채가 더욱 뚜렷했다. 이들은 거창한 구호 대신 구체적인 수치와 목표를 제시하며, ‘보고를 위한 보고’를 없애는 등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신년사는 유독 화려한 수사여구 대신 차분하고 직설적인 톤이 주를 이뤘다”며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기업들이 뜬구름 잡는 비전보다는 당장 먹고살 거리를 확보하는 ‘현실주의’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