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이 트럼프에 대해 크게 틀린 건 관세가 아니라, 부패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점입니다"(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한 '2026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이달 말 출범 1년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비판적 평가가 제기됐다. 관세 정책을 넘어 거버넌스 붕괴와 부패, 권위주의 강화가 미국 경제와 달러 패권에 미칠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로고프 "부패가 관세보다 더 큰 문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가상통화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미 역사상 대표적 권력형 비리로 꼽히는 '위스키 링 스캔들'에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며 "(이 같은 행태는) 트럼프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기준 자체를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관세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2기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며, 달러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관세 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인 환율 변동을 넘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거래와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과 법치·거버넌스의 약화 역시 달러 패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긍정 평가도 내놨다. 그는 AI 규제 완화와 기술 혁신 촉진, 군사·안보 중심의 하드파워 강화, 미국을 가상통화-스테이블코인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전략 등은 "미국의 생산성과 글로벌 영향력을 높여 달러 수요를 지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달러에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명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주류 학자들 "美 주도 자유질서 종언"…달러 신뢰 하락 우려도
이날 학회에서는 주류 경제학의 시각을 넘어선 비주류 학자들의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진화경제학회(AFEE), 사회경제학회(ASE), 급진정치경제학회(URPE)가 공동 주최한 '트럼프 경제 정책과 그 영향: 비판적 평가' 세션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노선이 '소수를 위한 풍요, 다수를 위한 긴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이에 따른 경제·정치적 함의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오스틴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회복, 에너지·정보 질서의 지역화라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현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시장 세계 질서는 이미 끝났다"며 "트럼프노믹스에는 레이거노믹스와 같은 일관된 이론적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가 전략이라기보다 특정 과두 세력의 기업적 이해를 반영한 정책들의 집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데릭 해밀턴 뉴욕 뉴스쿨 포 소셜 리서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정책을 이용해 측근의 부를 키우고 공무원 조직을 파괴하는 "사기꾼 대장(grifter in chief)"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게리 딤스키 영국 리즈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갈등을 증폭시키는 '삼중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규정했다. 생산·무역, 달러 금융 질서, 사회·인종 영역에서 동시에 분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특권을 훼손하고 금융 위기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라델피아=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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