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인간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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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인간성을 묻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를 읽으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작품 속 한국 사회는 휴머노이드가 일상화된 첨단 사회다. 인간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기계들이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노동과 돌봄의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 존재들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산되고, 쓸모가 다하면 폐기된다. 인간을 닮았고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하던 로봇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은, 최근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도 반복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고, 비인간 존재가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장면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동물에게 비슷한 일을 해왔다.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며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편의와 이익을 이유로 이용하고 버리고 죽여왔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윤리, 로봇의 권리까지 작품이나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정작 살아 있는 생명인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책임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작별인사’ 속 미래 사회에서도 유기견 보호소의 풍경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정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성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특히 자신보다 약한 존재, 저항할 수 없는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책임을 지려 하는지가 그 사회의 윤리 수준, 발전 정도를 드러낸다.

타자의 고통과 약자의 권리를 외면한 채 논의되는 미래의 청사진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동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제도와 정책으로 구체화해 가야 한다. 그것은 인간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동물권에 대한 성찰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며, 그 대답은 지금 우리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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