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떡국으로 한 해를 시작하듯, 일본도 1월 1일 떡이 들어간 국물 요리 '오조니'를 먹는다. 새해를 맞아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풍습도 있다. 오랜 시간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살아온 두 나라인 만큼, 새해를 맞는 풍경에도 닮은 점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일본에서는 새해 첫날 '토시가미(연신·年神)'가 각 가정을 방문한다고 믿는다. 토시가미는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관장하는 존재다. 토시가미는 엄밀히 말하면 곡식의 신인데, 농경사회에서 문명이 발달했던 만큼 한 해의 시작은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시점이 됐다. 이렇게 토시가미를 맞이하는 의례가 일본의 새해 첫날 풍습으로 뿌리내렸다. 토시가미는 소나무를 타고 들어온다고 전해진다. 이를 고려해 새해 첫날부터 7일까지 토시가미가 머물 수 있도록 집집마다 소나무와 대나무를 엮어 만든 장식 '카도마츠(門松)'를 현관에 둔다.
일본에서는 8세기 말 헤이안 시대부터 새해 음식으로 오조니를 먹었다. 토시가미를 위해 떡과 토란, 당근, 무를 깨끗한 물과 함께 올리고, 새해 첫 불에 이를 끓여 먹은 것이 오조니의 시초다. 늘어나는 떡은 장수의 상징을, 줄기를 뻗는 토란은 자손의 번영을, 모나지 않게 둥글게 깎은 무는 원만한 가정의 평안을, 붉은색의 당근은 악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떡이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떡을 만들 수 없는 서민들은 토란을 대신 넣어 먹었다는 설도 있다.
한국도 떡국에 들어가는 떡의 모양과 재료가 지역마다 다르듯, 일본도 지역별로 다양한 오조니를 만들어 먹는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본인에게도 생소한 오조니가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는 떡의 모양이다. 관동지방의 경우 직사각형으로 각진 모양의 떡을 넣고, 관서 지방에서는 둥근 떡을 넣는다. 관동지방에서 사각형의 떡을 넣는 이유는 에도시대 이곳에 인구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나씩 손으로 둥글게 빚는 것보다 잘라내는 방식이 떡을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굳어졌다.
육수를 내는 방법도 다르다. 보통은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우린 뒤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한 육수를 쓴다. 그러나 후쿠이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된장을 푼 육수를 쓴다. 돗토리현이나 시마네현에서는 아예 팥을 으깨 단맛의 육수를 낸다. 지역 특산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포경 기지가 있었던 효고현에서는 고래고기를, 히로시마현에서는 굴을 오조니에 넣어 먹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오조니가 존재한다. 가령 가가와현에서는 팥소를 넣은 떡을 된장 육수에 끓여 오조니를 만드는데, 이를 먹기 위해 가가와현을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나라현의 경우는 떡을 콩가루에 찍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새해에는 우리나라 세뱃돈과 비슷하게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문화가 있다. '오토시다마(お年玉)'라고 부른다. 이는 오조니와 비슷하게 토시가미를 맞이하기 위해 올린 떡을 가족들이 나눠 먹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눠주는 행위는 토시가미 대리인의 역할인 가장이 맡았는데, 이 때문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돈을 나눠주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세뱃돈처럼 빳빳한 새 지폐를 봉투에 넣어 주는 것이 매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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