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6년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분야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자동차, 조선, 바이오, 섬유패션 등도 호황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해당 분야 수출이 늘며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부산항 북항이 분주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다만 “‘반도체 착시’ 현상 때문에 경제가 괜찮은 것으로 보일 뿐 전반적으론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산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것처럼 업종 간 양극화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2026년에 실적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수출이 전년 대비 16.3% 성장한 반도체의 경우 내년에도 9.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구축 경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D램 수요 확대가 예상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2026년에만 1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도 AI 전자기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데다 전력효율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늘면서 올해 수출은 2025년 대비 3.9% 증가한 176억7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실적이 급감한 배터리 분야도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ESS 시장이 열리면서다. 현대차, 기아, BMW 등 글로벌 완성차 그룹은 K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집중 출시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AI데이터센터가 늘수록 보조장치인 배터리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새해부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설비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바이오 분야와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자동차도 불확실성이 걷혀 생산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413만대, 수출은 1.1% 증가한 275만대가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 조선도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섬유패션산업 역시 중국의 한한령 완화, 고부가 상품 수요 증가, 원화 약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종 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가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인 석유화학과 철강은 수출이 지난해 대비 6.1%, 철강은 2.1%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산업 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두 업종의 어려움은 심각한 상태다. 기계산업도 3.7% 감소가 예상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