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김병기 사퇴가 남긴 질문…권력의 중심에 설수록 엄격해야 한다는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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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김병기 사퇴가 남긴 질문…권력의 중심에 설수록 엄격해야 한다는 상식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각종 의혹 속에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당 원내사령탑이었던 인사의 낙마는 개인의 거취를 넘어, 집권 여당이 스스로 설정해 온 책임 윤리와 권력 운영의 기준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퇴는 정치적 공방 이전에 상식과 책임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아직 수사와 판단이 진행 중인 개별 의혹의 사실관계를 넘어선다. 보좌진 갑질 논란, 가족을 둘러싼 특혜 의혹, 공천 헌금 묵인 의혹 등은 하나하나가 국민 신뢰를 시험하는 사안이었다. 특히 ‘돈 문제’로까지 번진 의혹은 사실 여부와 별개로 공적 권한을 가진 정치인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부담의 무게를 분명히 드러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동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치에서 책임은 법적 유무죄와 동일하지 않다. 사법적 판단은 수사와 재판의 영역이지만, 정치적 책임은 훨씬 앞선 단계에서 요구된다. 국민은 정치 지도자에게 법의 최저선이 아니라 상식의 기준을 요구한다.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사법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정치적 부담을 스스로 감수하겠다는 결정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은 개인의 사퇴로 봉합될 문제가 아니라, 여당 전체가 되돌아봐야 할 질문을 남긴다. 권력의 중심에 설수록 검증과 통제는 더 엄격해야 한다는 원칙, 측근·가족·보좌진을 둘러싼 문제일수록 더 투명해야 한다는 상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퇴 이후에도 당 차원의 윤리 감찰과 제도적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균형 있게 볼 대목도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퇴가 국정 동력과 향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치적 책임을 졌다면 그 이후는 제도와 절차에 맡겨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무차별적 정치 공세나 과도한 낙인찍기는 또 다른 정치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군자는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고, 소인은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논어)이 있다. 권력의 자리는 이익이 아니라 의로움으로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부담이며, 그 부담을 감당하는 최소 조건이 바로 상식과 책임이다.

김병기 사퇴가 일회성 정치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집권 세력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지는 이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본과 상식은 분명하다. 권력은 설명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책임으로만 정당화된다. 국민이 정치를 다시 신뢰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그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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