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도산위험 차단 등의 투자자 보호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출 시점은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 규율을 위한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마련 중이며 투자자 보호 강화와 거래소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걸로 전해졌다.
우선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발행인이 준비자산을 예금이나 국채 등으로 운용하고, 발행 잔액 이상의 자산을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발행인의 도산이 직접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목적이다.
또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 사고 발생 시,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정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금융업 수준의 설명의무, 약관 관리, 광고 규제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디지털자산 공개(ICO)를 허용하는 내용도 정부안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건으로는 충분한 정보 공시가 요구된다. 2017년 이후 국내 ICO가 사실상 금지되자 해외에서 발행 후 국내에 상장하는 방식이 관행화됐던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과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특정 창업자나 소수 주주에게 수익과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도입과 함께 대주주 지분율을 1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위는 해당 내용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법안 제출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둘러싼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입장 차이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은행 지분이 과반(51%) 이상인 컨소시엄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영 안정성과 규제 이행 능력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금융위는 기술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은 과도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기관 간 협의 절차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다. 한은은 유관기관 만장일치의 별도 합의체 구성을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는 이미 금융위라는 합의제 기구가 존재하므로 별도 기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발행인의 초기 자기자본 요건을 5억~250억원 사이에서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을 함께 맡아도 되는지 등의 문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관계 기관들과 이견을 조율 중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안의 지연에 따라 여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국회에 발의된 의원안들을 바탕으로 별도의 TF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홍승우 기자 hongscoop@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