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은 침묵했다. 사직서 한 장으로 모든 논란이 정리됐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개인의 거취로 마무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임의 출발점은 언제나 임명권자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상대로 2차 가해를 했던 A씨가 어떻게 아산시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될 수 있었는가다. 그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직까지 없다. 오 시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은 A씨가 2차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임명했는가, 아니면 모르고 임명했는가.
알고도 임명했다면 이는 공직 윤리와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결정이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라는 최소한의 원칙을 권력이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모르고 임명했다면 시정의 핵심 보좌직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못한 무능이다. 어느 쪽이든 책임은 가볍지 않다.
피해자 김지은 씨는 "정치가 피해자를 다시 호출했다"고 말했다. 이미 법의 판단을 거친 사건의 피해자가 다시 정치의 장으로 불려 나왔다는 의미다. 권력의 인사 한 번이 피해자의 일상을 다시 흔들었다는 고발이다.
여성단체도 이번 인사를 단순한 인사 실수가 아닌, 공직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규정했다.
공직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는 경고다.
정책보좌관은 오 시장의 메시지를 설계하고 시정의 방향을 조율하는 핵심 자리다. 그 자리에 어떤 인물을 앉혔는지는 곧 오 시장의 판단이자 가치관이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끝내 입을 닫고 있다면, 시민은 인사의 배경과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직서가 제출됐다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책임은 떠난 사람에게 있지 않고, 앉힌 사람에게 있다. 오 시장의 침묵은 사태 수습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읽힌다.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 피해자를 향한 분명한 사과,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다. 이것 없이 침묵으로 시간을 보내겠다는 선택은 또 다른 2차 가해로 남을 뿐이다.
권력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그 침묵은 언제나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닿는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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