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손잡는 K-컬쳐] K-컬쳐 세계로…글로벌 합작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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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손잡는 K-컬쳐] K-컬쳐 세계로…글로벌 합작의 진화
2002년 방영된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 스틸컷. 주연을 맡은 배우 후카다 쿄고(왼쪽)과 원빈. 2002년 방영된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한국 MBC와 일본 TBS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해 공동 제작·방송한 작품으로, 양국 방송사가 기획 단계부터 제작비와 인력을 함께 투입한 사실상 최초의 본격 한일 합작 드라마로 평가된다. 원빈, 후카다 쿄코 등 당시 각국을 대표하던 청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두 나라의 일상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교차시켰다. 일본과 한국에서 순차적으로 방영되며 평균 시청률을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20년 전만 해도 국가 간 합작 방식이 낯설고 새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국적 구분이 무색한 다국적 합작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본값이 됐다.

과거에는 각국의 스타 캐스팅을 시작으로 공동 제작, 양국 방송 편성 등을 통한 이벤트성 협업을 추진한 데 반해 지금은 방식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합작이 탄생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분야도 다양하다.

20여년의 시간 동안 사람도 기술도 빠르게 진화했다. 과거의 합작이 양국 스타 캐스팅, 공동 제작, 각국 방영이라는 수순의 단순한 방식이었다면, 현재의 합작은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층적이다. 영화·드라마·예능·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제작·투자·유통까지 여러 국가와 기업이 동시에 얽힌 구조가 일반화됐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기술과 환경의 진화가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 국가간 물리적 장벽이 약해지고 문화적 교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 세계를 향해 공개되는 상품이 됐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글로벌 합작은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인 전략이 됐다. 하나의 시장만으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된 현실도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보게 했다. 내수 중심, 수출 지향 등을 나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 단계부터 글로벌 콘텐츠를 기획하는 추세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안무가로 참여한 리정, 메기강 감독, '소다팝' 작곡가 빈스(왼쪽부터). 넷플릭스, 더블랙레이블 제공 콘텐츠 분야의 예를 찾자면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기록될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들 수 있다. 글로벌 협업이 가능했기에 케데헌과 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캐나다에 이민을 떠난 메기 강 감독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쏟았다. 메기 강 감독이 몸담고 있던 소니 픽처스가 제작, 넷플릭스가 투자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과 K-팝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 안무가와 작곡진이 힘을 실었다. 국가, 기업, 장르 간 대규모 합작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케데헌이다.

K-팝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체화한 분야다. 2000년대 초 외국인 멤버를 선발해 국내에서 데뷔시키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해외 법인을 설립해 현지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현지 시장을 직접 겨냥한다. 초반에는 멤버의 국적 자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해외 국적의 구성원이 국내 가요계에 데뷔한다는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어설픈 한국말을 내뱉고, 합숙을 통해 한국 문화를 익혀가는 과정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내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고 지금은 멤버의 국적 자체가 오히려 해외 진출을 위한 큰 무기가 됐다.

결국 글로벌 합작은 더 이상 ‘다른 나라와 손잡았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국적과 장르,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시장을 전제로 움직이는 방식 자체로 바뀐 것이 지금의 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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