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환자에게 써달라”…경남 기부천사 연말에 또 온정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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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환자에게 써달라”…경남 기부천사 연말에 또 온정의 손길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힘들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매년 연말연시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익명으로 성금을 보내온 경남의 기부천사가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경남 지역 익명의 기부천사가 연말을 맞아 난치병 환자들에게 써달라며 보낸 성금과 손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22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따르면 모금회 사무실에 이날 오후 1시쯤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건 누군가는 “사무실 앞 모금함에 상자를 두고 간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통화를 끊었다.

사무실 앞 모금함을 확인해 보니 항상 성금을 두고 가는 자리에 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성금 5352만7670원과 손편지가 있었다.

손편지에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우리 이웃들이 웃고 즐거웠던 시간보다는 아프고 슬프고 우울했던 시간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라며 “더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이 웃고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아지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라고 적혔다.

모금회는 손편지 필체를 봤을 때 2017년부터 나눔캠페인과 재난이 있을 때마다 성금을 보낸 익명의 기부자와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성금은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으로 접수돼 난치병 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익명의 기부천사는 9년째 온정의 손길을 보태고 있어 지역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2019년 진주 아파트 화재사고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강원·경북 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 서울 이태원 참사,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호우 피새 등 국내외 재난이 있을 때 성금을 전달해왔다.

올해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산불 피해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9년 동안 누적된 기부금은 7억4000여만원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산타의 선물처럼 전해진 익명의 나눔천사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나눔의 의미에 공감하고 마음을 보태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부자의 뜻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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