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추진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5일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 방식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강요하는 팥쥐엄마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본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질문을 던지고, 충분한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낙인을 찍듯 몰아붙였다"며 "팥쥐엄마도 울고 갈 갑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기업에서 상급자가 이런 방식으로 부하 직원을 압박했다면 즉각 제보되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을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대통령이 가장 먼저 비판에 나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직접 한 일을 생중계로 국민에게 보여주며 자랑한 것은 옳고 그름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공개된 권력 행사 방식이 갖는 상징성과 부작용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생중계가 오히려 공공기관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낙인 효과'를 키우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시험 범위 밖 문제를 내도 책임지지 않는 특수한 위치에서 비롯된 기괴한 자신감"이라고 표현하며 '보여주기식 통치'의 위험성을 부각했다. 그는 이어 "과거 농림부 장관에게 '일본인인 척하고 바나나를 수입해 오면 안 되느냐'고 묻던 때부터 반복돼 온 모습"이라 했다.
그는 영화 '달마야 놀자'를 언급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불가능한 과제를 통해 깨달음을 전하는 은유"라며 "대통령도 상대를 망신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두고 개혁신당이 '권력감시형 제3지대 정당'임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야 대립 구도와는 다른 축에서, 대통령 권력의 행태 자체를 문제 삼아 중도·청년층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다면, 대통령은 팥쥐엄마가 아니라 영화 '달마야 놀자'의 주지스님의 길을 가는 것"이라며 "개혁신당은 그런 행보를 응원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주경제=신진영 기자 yr29@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