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르 vs 푸이 퓌메…소비뇽 블랑 좋아하는 당신의 선택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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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르 vs 푸이 퓌메…소비뇽 블랑 좋아하는 당신의 선택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세계 최고 소비뇽블랑 산지 프랑스 상세르·푸이퓌메를 가다①
루아르강 사이에 둔 두 산지 캐릭터 달라/상세르 과일향 풍성하고 둥근 질감/푸이 퓌메는 구조감 뛰어나고 화약 냄새 미네랄 강해

상세르 포도밭 전경. 최현태 기자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06km의 루아르강을 따라 펼쳐지는 계곡은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립니다. 300개가 넘는 중세 요새와 르네상스 시대 고성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프랑스 왕가와 귀족들은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다양한 농산물과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 생산되는 루아르의 매력에 반해 화려한 성을 짓고 숙소나 별장으로 애용했답니다. 루아르 대표 와인중 하나가 루아르 동쪽 끝 산지 상트레 루아르(Centre-Loire)의 상세르(Sancerre)와 푸이퓌메(Pouilly-Fume)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고 품질의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입니다.

루아르강과 주요 도시. 루아르와인협회 루아르 와인 산지. 루아르와인협회 ◆상트레 루아르 소비뇽 블랑 특징

조밀조밀한 포도알, 두꺼운 껍질, 단단하고 아삭한 과육이 특징입니다.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을 지녔습니다. 감귤류(오렌지, 자몽), 흰꽃(아이리스, 아카시아, 린든, 보리수꽃), 허브·식물향(민트, 금작화, 박스우드), 백색 과일(복숭아, 배), 열대 과일(파인애플, 패션프루트, 리치)이 느껴집니다. 또 언제나 신선하고 정교한 미네랄 터치가 매끄럽게 감쌉니다. 대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상트레 루아르는 해양성 기후 느낌 거의 없는 완벽한 대륙성 기후를 띱니다. 이런 곳에서 소비뇽 블랑은 천천히 숙성돼 이 품종의 매력인 섬세함과 신선함이 완벽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상트레 루아르에서 생산되는 소비뇽 블랑은 젖은 돌과 부싯돌 느낌의 강렬한 미네랄이 도드라집니다. 독특한 토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상세르와 푸이퓌메 위치. 루아르와인협회 ◆루아르 토양

▶트레 블랑쉐(Terres Blanches)/키메르지안 말(Kimmeridgian Marls)

트레 블랑쉐는 상세르에서 가장 오래된 1억5000만년~1억4000만년전 형성됐습니다. 트레 블랑쉐는 석회가 녹아 있는 진흙 토양으로 부르고뉴 최북단 샤블리의 키메르지안 말(Kimmeridgian Marls) 토양과 거의 비슷합니다. 회색빛이 돌고 굴 껍데기, 홍합, 조개 등 해양 생물 화석이 풍부하게 섞여있습니다. 이런 토양은 쥐라기 후기 시대에 이 지역이 바다였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토양에서 생산된 와인은 신선하고 활기차며 풍성한 풍미와 복합미를 지닙니다. 특히 요오드(바다향)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또 산도 높은 와인을 만들기 좋은 토양입니다.

트레 블랑쉐. 최현태 기자 ▶까이요트(Caillottes)/그리오트(Griottes)

까이요트는 석회가 돌멩이 박힌 토양입니다. 주로 샤비뇰(Chavignol)과 상세르 사이의 계곡에 분포돼 있으며 다양한 시대의 배수가 잘되는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배수가 잘 되는 석회암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알이 크고 와인은 산뜻한 산도와 풍부한 과일향이 돋보입니다. 트레 블랑쉐보다는 조금 가벼운 스타일로 생산되며 영할 때부터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과일향이 풍부합니다.

실렉스. 최현태 기자 ▶실렉스(Silex)

실렉스는 상세르에서 가장 최근인 5600만년 형성됐습니다. 부싯돌로 불리는 플린트(Flint) 토양입니다. 프랑스 전체에서 상당히 독특한 토양으로 플린트 토양은 상트레 루아르가 거의 유일합니다. 이 토양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은 돌을 부딪혔을 때 나는 연기에서 느껴지는 매캐한 향처럼 약간 스모키한 미네랄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산지가 푸이 퓌메로, 퓌메(Fume)는 이름자체가 연기라는 뜻으로 화약 냄새(건 플린트)를 의미합니다. 구조감도 뛰어나고 우아합니다.

주로 루아르 강변을 따라 분포한 실렉스 토양은 경작하기 가장 어려운 토양 중 하나입니다. 이에 생산자들에게는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독특한 미네랄 덕분에 매우 희귀하고 매력적인 토양으로 큰 인기를 누립니다. 실렉스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섬세하고 스모키한 미네랄 향을 잘 표현합니다.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왼쪽)와 푸이퓌메. 최현태 기자 상세르 와인산지와 토양. 루아르와인협회 ◆상세르(Sancerre)

상세르의 포도 재배는 고대부터 시작됐는데, 582년 그레고리우스 투르(Gr?goire de Tours)의 에 처음으로 언급됩니다. 12세기에 생사튀르 수도회의 어거스틴 수도사들과 상세르 백작(Counts of Sancerre)이 본격적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합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당시 상세르는 피노누아 와인으로 명성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루아르 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수출됐을 정도랍니다. 왕실 기록에서도 상세르 피노 누아 와인이 자주 언급됐고 베리 공작 장(Jean de Berry)은 상세르 피노 누아 와인을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다 19세기 말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황폐화 시킨 필록세라(Phylloxera)의 등장으로 대표 품종이 소비뇽 블랑으로 대표 품종이 바뀝니다. 이 품종이 피노누아 보다 지역의 기후에 특히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떼루아 덕분에 뛰어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됐고 1936년 상세르 AOC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상세르는 여전히 전통을 이어 지금도 피노 누아로 만든 스틸 레드와 로제와인을 생산하며 1959년 상세르 AOC에 공식 포함됐습니다. 소비뇽 블랑 80%, 피노 누아 20% 비중으로 재배합니다. 상세르에서는 피노그리, 가메도 조금 재배합니다.

상세르 와인 생산 현황. 루아르와인협회 ▶상세르 소비뇽 블랑

드라이하고 생동감 있으며 과일 향이 풍부합니다. 미네랄감과 감귤류 아로마가 어우러지고,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들며 풍부하고 둥근 질감을 형성합니다. 피노 누아는 체리와 모렐로 체리(신체리)의 향을 띱니다. 입안에서 단단하고 풍성하며, 긴 여운이 특징입니다. 상세르 로제는 과일 풍미와 신선한 산도가 잘 어우러집니다.

▶상세르 와인 산지와 토양

부르주(Bourges) 동쪽, 루아르 강의 왼쪽 둑(서안)에 위치한 상세르 AOC는 약 3000ha에 걸쳐 있습니다. 바네이(Bannay), 뷔에(Bu?), 크레장시(Cr?zancy), 메네투-라텔(Menetou-Ratel), 메네트레올(M?n?tr?ol), 몽티니(Montigny), 생사튀르(Saint-Satur), 생젬므(Sainte-Gemme), 상세르(Sancerre), 쉬리-앙-보(Sury-en-Vaux), 토브네(Thauvenay), 보귀(Veaugues), 베르디지(Verdigy), 비농(Vinon) 등이 주요 마을입니다. 상세르는 석회와 진흙으로 이뤄진 까이요트가 60%, 트레 블랑쉐가 10% 정도이고 실렉스 토양도 발견됩니다.

푸이퓌메 와인 산지와 토양. 루아르와인협회 ◆푸이 퓌메(Pouilly-Fume)

푸이 마을 포도 재배는 베네딕트 수도사가 활동한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즈 오 무완(Loge aux Moines)’으로 불리던 25ha가 포도 재배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1세기 말 많은 영주들이 떠나면서 수도사들에게 토지를 남겼는데 12세기 무렵 이미 푸이산 와인이 프랑스 시 〈와인의 전투(The Battle of the Wines)〉에 언급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16세기 이후 루아르 강을 통해 운송되기 시작했고 1642년 브리야르 운하(Briare Canal) 개통, 1861년철도 개통으로 활발한 교역이 이뤄집니다. 1937년 퓌이 퓌메, 퓌이 쉬르 루아르가 함께 AOC로 지정됩니다.

푸이퓌메 와인 생산 현황. 루아르와인협회 ▶푸이 퓌메 소비뇽블랑

드라이하고 산뜻하며 건플린트 같은 스모키한 미네랄이 두드러집니다. 푸이 퓌메 AOC는 상세르와 달리 오로지 소비뇽 블랑만 재배합니다. 같은 동네지만 푸이 수르 루아르(Pouilly-sur-Loire)라는 별도 AOC도 있는데 소비뇽 블랑이 아닌 샤슬라를 재배해서 AOC를 따로 받았습니다.

▶푸이 퓌메 와인 산지와 토양부르고뉴와 베리 지방 사이에 푸이 루아르 강 오른쪽 제방에 있는 푸이 퓌메는 총 1390ha입니다. 니에브르(Ni?vre) 지방에 속하며, 퓌이 퓌메와 퓌이 쉬르 루아르 AOC는 가르시(Garchy), 메브 쉬르 루아르(Mesves-sur-Loire), 퓌이 쉬르 루아르(Pouilly-sur-Loire), 생 안들랭(St. Andelain), 생 로랑(St. Laurent), 생 마르탱 쉬르 노엥(Saint-Martin-sur-Nohain), 트라시 쉬르 루아르(Tracy-sur-Loire) 등에 걸쳐있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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