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스키로 인한 ‘전방 십자인대 파열’…파열 치료와 재건술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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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스키로 인한 ‘전방 십자인대 파열’…파열 치료와 재건술 선택은?
스키장 시즌이 열리면서 스키화, 보드화를 신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문제는 준비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가파른 슬로프에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무릎을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상이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다.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스포츠 특성상 넘어지는 과정에서 무릎이 비틀리고, 보드나 스키가 눈에 걸린 상태에서 몸만 회전하는 동작이 나오기 쉬워 십자인대에 부담이 집중된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스키·보드 사고 이후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전방 십자인대는 무릎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인대로, 후방 십자인대와 함께 X자 모양을 이루며 무릎 관절이 앞뒤로 비정상적으로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급하게 전환할 때, 점프 후 착지할 때 무릎이 버텨주는 힘의 상당 부분을 이 인대가 담당한다.

스키에서 엣지가 걸린 상태로 상체가 돌아가거나, 보드에서 뒤꿈치 엣지 쪽으로 넘어지면서 무릎이 안쪽으로 꺾이면 십자인대가 찢어질 수 있다.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 종목, 교통사고, 일상생활 중 넘어짐도 원인이 되지만 겨울 스포츠 시즌에는 비틀림 손상이 특히 많다.

임홍철 서울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파열 순간에는 무릎 안에서 ‘퍽’ 혹은 ‘뚝’ 소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곧이어 무릎 안에 피가 차면서 급격한 붓기와 통증이 나타나고, 체중을 싣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 파열은 무릎이 앞뒤로 덜렁거리는 느낌이 뚜렷해 뛰거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반대로 부분 파열은 통증과 붓기가 며칠 내 가라앉아 타박상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반복적인 비틀림이 더해지면 결국 완전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전문의의 이학적 검사와 X-ray, MRI를 통해 파열 부위와 정도, 동반 손상 여부를 평가한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은 반월상 연골판 파열, 연골 손상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MRI 결과에 따라 부분 파열인지, 인대의 절반 이상이 끊어진 완전 파열인지 확인하고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파열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도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홍철 원장은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파열 범위가 작고 활동량이 많지 않다면 약물·물리치료·주사·운동치료·보조기 착용 등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전방 십자인대는 자연 치유가 거의 되지 않는다”며 “완전 파열이나 절반 이상 손상된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수술은 끊어진 십자인대를 꿰매는 봉합술과, 새로운 인대를 넣는 재건술로 나뉜다”고

수술 시 자가건을 쓸지 타가건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자가건은 환자 본인의 슬개건, 햄스트링건, 대퇴사두건 등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식으로, 면역 거부반응 위험이 거의 없고 생착 속도와 안정성이 좋다는 게 임 원장의 설명이다.

대신 채취 부위 통증이나 근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타가건은 타인의 조직을 처리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수술 시간이 짧고 부담이 덜하지만 생착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높으며 재파열 위험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활동량·동반 손상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을 방치하면 무릎 불안정성이 악화되고 연골판 파열과 연골 마모가 반복돼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술 시기를 지나치게 늦추지 않는 것이 좋으며, 수술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재활이다.
초기에는 부기와 통증을 조절하며 관절 운동 범위를 서서히 늘리고, 이후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 근력 강화 운동을 진행한다. 2~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며, 스키·보드 같은 스포츠 복귀는 보통 9~12개월 이후가 안전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준비운동과 기초 근력 관리가 필수다. 겨울 스포츠 전 허벅지·종아리·엉덩이 근육을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스쿼트·런지로 근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다. 장비는 수준에 맞게 선택하고, 처음에는 완만한 슬로프에서 연습하는 것이 안전하다. 넘어지는 방법과 방향 전환을 제대로 배우는 것도 큰 부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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