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차이나 엑소더스'…K-부품사 공급망 재정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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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차이나 엑소더스'…K-부품사 공급망 재정비 분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중국 탈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부품사들도 공급망 재정비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트럼프 관세로 수출 비용 부담까지 급증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휠베어링 제조 업체인 A사는 올해 초 중국 장쑤성 공장 설비 일부를 국내 경주로 이전했다. '산업의 관절'로 불리는 휠베어링은 차체와 바퀴를 부드럽게 연결해 회전력을 높이는 부품으로, 전기차·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술로 꼽힌다.
 
경량 휠베어링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은 A사는 지난 2003년 중국에 진출해 현대차와 기아,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 BYD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며 현지 법인을 4곳까지 늘릴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가 터진 데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전동화 전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며 최근 수년간 수주 물량이 급감한 탓에 공장 절반을 처분했다.  

A사 간부는 "중국 내 현대차·기아는 물론 독일·미국계 완성차에 납품하던 물량도 크게 줄어 지금은 두 개 라인만 가동해도 충분한 상태"라며 "중국 현지 부품사의 가격·품질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수주 물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법인을 매각하거나 철수를 검토 중인 부품사들이 주목하는 곳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 시장) 지역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협력사인 서연이화·성우하이텍·대원산업 등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중국의 전동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같이 나갔던 주요 부품사들도 경쟁력을 잃었다"며 "중국 시장이 전기차, 자율주행, 스마트카로 재편될수록 한국 부품사 강점이던 내연기관 제조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도 국내 부품사의 공급망 이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최대 완성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에 중국산 원자재·부품 사용 감축을 지시했다. 배터리·반도체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라는 명령에 이은 두 번째 조치로, 특히 일부 협력사에는 2027년까지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테슬라도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내 생산 모델의 경우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비중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용 소재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중국 내 협력사의 베트남, 멕시코 등 제3국 진출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임윤호 한국무역협회 신무역전략실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쉽게도 국내 부품업체의 시장 참여는 제한적이었다"며 "무역 분쟁 등을 감안한 생산기지 이전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공급망 개척, 미래차 품목 전환, 합작사 설립 및 제조시설 위탁생산 활용 등 대안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한지연·오주석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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