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연내 추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고 주가를 올리겠다는 취지인데, 경영계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취약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와 고환율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3차 상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요 규제가 시행되면 경영권 방어와 투자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1·2차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 우려를 반영한 보완 입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만 3번째로 상법이 개정될 위기에 놓였다"라며 "사실상 유일한 방어수단인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가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해외 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상장사 10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재계는 3차 상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자사주 취득 유인이 감소하면서 주가 부양에 오히려 역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존 연구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후 1~5일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았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범위가 제한돼 취득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는 만큼, 주가 부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경제 단체들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을 경우 자사주 소각에 예외를 두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 문턱을 낮추는 등 3차 상법 개정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다면 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대안 입법 역시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며 "추후 논의 과정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효정 기자 hyo@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