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바이두 연례 기술 콘퍼런스인 '바이두 월드'가 열린 모습. [사진=AP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인공지능(AI)발(發) 인력 구조조정이 중국 테크업계로 번지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을 보유한 바이두가 전통 온라인 광고 사업 위축과 AI 경쟁 심화 등 이중고 속에 대대적인 인력 감원에 나선다.
1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두는 연말까지 부서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40%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바이두의 직원수는 지난해 기준 3만5900명으로 중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에 칼을 빼들었던 2022년 4만13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원에 따른 감소세를 이어왔다. 사측은 이번 감원 역시 정례적인 연말 인력 구조조정 성격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연말 조정 수준을 넘어선 대규모 감원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온라인 광고 등 전통사업부 감원 규모가 크며 AI·자율주행 등 신사업부는 감원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광고사업 실적 부진과 업계 AI 경쟁 심화가 이번 대규모 감원의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두는 지난달 18일 올해 3분기 매출이 7.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바이두가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분기 기준 최대 매출 감소폭이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광고 사업 매출이 5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18% 급감한 게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다. 이로써 바이두는 3분기에 112억 3200만 위안(약 2조33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감원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전통 사업부의 비중을 줄이고 AI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신사업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바이두는 2023년 중국 주요 테크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의 챗GPT를 겨냥한 AI 모델인 '어니봇'을 출시하는 등 중국 업계에서 비교적 빠르게 'AI 전환'에 뛰어들었지만 오히려 후발주자들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니봇만 해도 현재 알리바바를 비롯한 기존 경쟁사뿐만 아니라 딥시크 등 업계 신흥 강자들에게도 크게 뒤처지고 있다. AI 제품 통계 사이트 AIcpb닷컴에 따르면 9월 기준 어니봇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1077만명으로 바이트댄스의 두바오(1억5000만명)와 딥시크(734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이두는 올해 초 어니봇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전략 변화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여전히 경쟁 모델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이번 대규모 감원은 바이두가 수년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AI 투자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AI 기술 접목에 따른 개발 효율 향상 등도 인력 구조조정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고 나섰다. IBM은 최근 소프트웨어(SW) 부문 집중을 위한 인력 조정을 예고했고 아마존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도 기존 사업 부문 인력을 줄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는 "비용 절감과 AI 우선 전략이 기술 부문 전반의 주요 화두가 됐다"면서 "(바이두의) 대규모 일자리 감축은 세계적인 추세의 일부"라고 짚었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