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인공관절 수술 후 갑작스러운 ‘발목 힘 빠짐’… 비골신경마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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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인공관절 수술 후 갑작스러운 ‘발목 힘 빠짐’… 비골신경마비 가능성
최근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 사이에서 손발저림, 감각 둔화, 남의 살 같은 느낌 등의 말초신경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세다. 일부 환자에서는 이러한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이 악화돼 비골신경마비(Peroneal nerve palsy)로 악화되는 경우도 보고된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는 신경과 혈관이 민감해져 이같은 위험이 더 커진다. 한 암환자는 “왼쪽 다리가 오래 전부터 무딘 느낌이 있었지만 걸으면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어느 날 양반다리를 하고 일어나는 순간 왼발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감각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는 대표적인 급성 비골신경마비 증상이다. 발등이 들리지 않아 걸음걸이가 바뀌고, 진행 시 ‘족하수(발처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암치료 후 말초신경병증, 어쩌면 신경 손상

이승주 이담외과의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항암치료 후 나타나는 손발저림·감각저하는 단순 순환 장애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신경 자체가 손상되는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CIPN)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는 이미 신경전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골신경은 무릎 바깥쪽을 얕게 지나 압박에 취약하다. 항암으로 신경이 약해진 상태에서 ▲양반다리 ▲다리 꼬기 ▲급격한 체중 감소 ▲무리한 걷기 운동 ▲겨울철 혈류 저하 등이 겹칠 경우 신경이 쉽게 압박되며 급성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발생… 다리축 교정·부종이 신경 압박

비골신경마비는 항암 환자뿐 아니라 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이승주 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TKA)에서 다리 정렬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신경이 당겨지거나, 수술 후 부종·혈종이 신경을 압박해 비골신경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고령, 당뇨, 항암 후 말초신경이 약해진 환자일수록 발생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현규 이담외과의원 원장(혈관외과 전문의)는 “겨울철에는 혈관이 수축하며 신경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신경 회복이 더딜 수 있다”며 “항암·수술 후 다리 저림과 감각 이상을 단순 회복 과정으로 생각하지 말고, 갑작스럽게 발등이 들리지 않는 변화가 있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발등이 안 올라가면 이미 ‘급성 마비 단계’… 골든타임 2~4주

비골신경마비는 초기 2~4주가 회복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이 더디고, 족하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승주 원장은 “신경은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럴 경우 전기신경자극 치료(전기신경치료), 신경재활, 근육 활성화 치료 등을 빠르게 시작하면 회복률이 향상된다”고 조언했다.

혈류가 저하된 환자의 경우 고압산소치료, 광양자치료(광선요법), 혈액순환 개선 치료 등을 병행하면 신경재생 환경을 돕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현규 원장은 항암치료 후 말초신경병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증상이 아니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겨울철이나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신경 압박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감각 둔화 또는 갑작스런 힘 빠짐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평가와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비골신경마비는 골든타임만 지키면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이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오래가는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들의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승주 원장이 말하는 비골신경마비 예방 팁
- 장시간 양반다리 금지
- 다리 꼬기 습관 없애기
- 갑작스런 체중 감소·근손실 관리
- 겨울철 다리 보온 필수
- 손발저림·감각둔화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진료
- 발등이 들리지 않으면 24~48시간 내 병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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