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비뇨기과학회(AUA) 역시 “전립선의 조직학적 비대는 40대 중반부터 시작해 고령층에서 급격히 늘어난다”고 명시한다. 즉, 50대 이후 나타나는 배뇨 변화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중장년 남성에게 흔한 전립선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전립선비대증이다. 배뇨 속도가 느려지고, 잔뇨감이 반복되며, 밤에 소변 때문에 여러 번 깨는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 흔히 이 질환을 의심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대부터 70대까지 주요 연령층에서 꾸준히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말 그대로 커진 전립선 조직이 요도를 압박해 배뇨를 방해하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요로감염이나 방광결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해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민트병원 인터벤션센터 김재욱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인터벤션 전공)은 “50대 이상이면서 하루 8회 이상 빈뇨가 나타나거나, 참기 어려운 절박뇨, 소변이 나올 때 뜸을 들여야 하는 지연뇨, 소변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단절뇨 등이 있다면 전립선비대증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평가에는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가 활용된다. 점수에 따라 경증(1~7점), 중등도(8~19점), 중증(20점 이상)으로 구분한다. 이어 혈액검사로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한다. PSA가 4ng/mL 이상이면 전립선 질환 가능성이 높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MRI(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한 선별검사가 조기 진단 단계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복부 MRI는 전립선의 단면과 주변부·중심부 조직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증상의 원인이 되는 전립선의 비대 위치와 구조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전립선 MRI검사는 약 30~40분 정도 소요되고 환자가 누워서 편안하게 검사 받을 수 있어 경직장초음파검사보다 검사 환경이 편안하다.
김 원장은 “MRI는 전립선비대증이 중심부에 주로 비대가 생긴 경우와 주변부 변화가 큰 경우를 구분할 수 있어 치료 경향 파악에 유리하다”며 “중심부 비대가 심한 타입은 증상은 강하지만 약물치료 반응은 좋은 편이라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립선 MRI검사는 증가하는 전립선암 감별에도 뛰어나다. 전립선비대증 증상으로 검사하러 왔다가 전립선암을 발견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전립선비대증의 치료가 수술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약물·비침습·인터벤션 치료까지 폭이 넓어졌다. 피부 절개 없이 혈관을 통한 전립선동맥 색전술(PAE)은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차단해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며, 보통 2시간 내에 시술이 끝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하루 정도 입원 후 일상 복귀가 가능해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적용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김재욱 원장은 “전립선비대증은 한 번 치료했다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전립선 조직은 노화 과정에서 다시 커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전립선 상태를 확인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