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北 연구자들 엔비디아 GPU 다수 활용...군사용 전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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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 “北 연구자들 엔비디아 GPU 다수 활용...군사용 전용 가능성”
김민정 첨단기술전략센터장 “北 AI칩 조달망 차단 실패시 중장기 안보위협 초래할 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등을 통해 북한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의 학술논문 다수에서 미국 엔비디아사의 GPU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대북 제재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민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첨단기술전략센터장은 25일 ‘북한 인공지능 현황분석과 정책적 고려 사항’ 보고서를 공개하고 “올해 공개된 북한 연구진의 논문 여러 편에서 GPU 모델명이 직접 언급되거나 해당 장비의 연산 성능을 전제로 한 실험 설계가 확인됐다”며 “이는 (미국산) 첨단 부품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국책 연구 현장에서 실제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북한이 이러한 GPU를 확보하는 과정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입망에 동남아시아 물류와 금융 채널이 결합한 복합 우회 네트워크가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민간 중개상뿐만 아니라 제3국 명의 페이퍼컴퍼니, 암호화폐 기반 결제 수단 등이 연쇄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측 조달 조직이 기존 대량환적·허위 선적 서류 관행과 연동해 장비를 유입한 방식도 포착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비인가 AI(인공지능) 칩 공급망이 커질수록 그 하위 경로를 타고 북한이 고성능 GPU를 손쉽게 확보할 위험이 커진다”며 “국제 공조를 통한 수출통제 정보 공유와 운송·결제 단계 단속을 동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G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이 필요한 인공지능 학습, 암호 해독, 미사일 유도·표적 식별 알고리즘 개선 등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핵심 장비다.

김 센터장은 “북한이 제재를 피해 고성능 AI 반도체를 꾸준히 들여오고 있다면 연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만 갖춰지면 군사·사이버 분야 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지금 단계에서 조달망 차단에 실패하면 중장기 안보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첨단기술전략센터장 김 센터장은 북한의 AI 연구 환경은 제한되나 북한 연구진이 경량화 알고리즘 설계와 최적화 기술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얼굴인식, 다중 객체 추적, 음성합성 경량화 등 최근 공개된 연구는 제한된 하드웨어에서도 실시간 처리와 정확도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고성능 컴퓨팅이 없는 폐쇄 환경에서도 감시·식별·음성합성·행동추적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군사용 전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AI 기술의 고도화가 내부 연구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와의 기술·인력 교류가 결합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에 파견된 AI 연구 인력, 중국의 저가형 연산 장비 시장, 동남아 금융 네트워크 등이 한 축을 이루면서 북한은 제재 회피형 기술 조달 구조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우방국의 자동화 기술·딥페이크·시뮬레이션 기법이 결합될 경우 북한의 군사훈련, 정보 수집, 사이버 작전의 자동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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