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안하는 것도 방법…중일 갈등은 봉합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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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안하는 것도 방법…중일 갈등은 봉합될 것”
“중요한 건 양국 리더의 국내 지지 기반입니다. 중앙 집권 통치(unified government)인데 강력한 정부를 갖지 못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일으킨 것 아닌가요. 지지율, 의회, 정당 장악의 세 지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이재명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교수(한반도연구센터장)는 한·일 관계의 중요한 요소로 양국 정상의 정치적 안정성을 꼽았다. 지난 13일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난 니시노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지지가 괜찮고, 아직은 여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며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지율이 높다는 유일한 호재를 제외하면 (당내) 기반이 없어 여당 장악을 못하고 있고, 양원에서도 과반이 안되는 상당히 취약한 정부”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 말고는 환경이 좋지 않고, 양원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한 것이 결정적 취약점이라는 분석이다. 니시노 교수는 “앞으로 예산을 상식적으로 잘 만들고 선거에서 어느 정도 이겨야만 다카이치 정부가 안정적으로 갈 가능성이 열린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그래도 잘 하고 있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관계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계기로 내년 2월22일 시마네현 조례의 날(일본명 다케시마의 날)을 꼽았다. 이때 일본 정부가 어느 급의 인사를 보내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에도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예전대로 한다면 (각료급 파견을 안 하면) 다카이치 총리 지지 기반에서 이전 정부와 같은 것 아니냐는 실망을 할 수 있다”며 “한·일 관계로 보면 그게 맞는데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니시노 교수와의 주요 인터뷰 내용 문답.

―이재명정부에 대한 일본 내부 평가나 전망은.

“대선 전까지만 해도 야당 대표로서 대일관계 비판을 많이 했고, 문재인정부 때 경험을 바탕으로 이재명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문 정부 때처럼 되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이 4번의 정상회담에 걸쳐 긍정적 시그널을 계속 보내니까 일본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힘차게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급유중단 사태를 보더라도 안보협력은 민감한 영역인 게 사실이니 신경써야 한다. ”

―과거사 문제는 해결이 어렵나.

“좋게 얘기하면 화해를 위해 계속 노력해가는 것이고, 세계 어느 나라든 진정한 의미로 해결한 나라는 거의 없다. 60년 역사를 볼 때 한일은 그나마 관계 발전 과정을 거쳐 온 양국관계로 본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 태도가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진정성을 보이고, 한국도 화해를 위해 쌍방 노력을 해야 하는 게 화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도 관용이 있어야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이 대통령도 조현 외교부 장관도 역사 문제를 현안으로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야스쿠니 가겠다 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으면 관계유지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안 갈 것 같다. ”

―사도광산 추도식이 매년 따로 열리고 있는데.

“양국 정부 모두 낮은 자세로 관리하며 현안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 (추도식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재명정부가 신경쓸 국내 문제가 있는데도 이렇게 관리하는 건 대단하다.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는 어렵더라도 일본 역시 최대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중일관계는 왜 이렇게 되고 있나.

“원래도 여러 현안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에 엄한 의지를 갖고 있었던 데다 오사카 총영사의 발언이 나왔다. 그렇다고 막 악화되진 않을 것이고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는 해야 하니까. 일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2010년 이후 센카쿠 문제가 확실히 양국 현안으로 이어져 왔다. 여기에 중국은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게다가 미중 전략경쟁이 더해져서 관계 유지가 더 쉽지 않다. 그래도 건설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자는 정상 간의 합의는 있으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중일관계가 어려울수록 한일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역학도 작용하는 것 같다. ”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어떻게 보나.

“본인의 개인 생각을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쭉 밀고나가지 않고 수위 조절은 한다. 2월 22일(다케시마의 날)도 국회에서 질문을 받으면 ‘적절히 판단하겠다’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그런 학습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만 문제는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니 대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

―독도에 대한 입장은 어떨 것으로 보나.

“다카이치 총리뿐 아니라 일본 정치인이면 일관된 입장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행사에 각료급을 보낸다고 한 것은 약간 좀 많이 나가신 거다. 총리되고 나서 정부(총리)로서 그렇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쉽지 않다. 또 국회에서 이미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도 있고. 아마 예년 수준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트럼프-김정은 회담 얘기 계속 나오는데, 한국 정부는 적극 지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일본도 기본적으로는 지지한다. 납치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그런 형태로 북미대화가 이뤄진다면. 굳이 반대하진 않을텐데 다만 북미가 대화함으로써 북핵을 인정하게 되는 그런 대화가 된다면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사고보다 즉흥적인 관점에서 개인적인 충동으로 인해서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그것으로 인해 한반도나 일본 주변의 안보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 ”

―북미대화는 아직 멀었다고 보나.

“할 거면 내년에 하지 않을까. 대화냐 접촉이냐 만남이냐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의미있는 협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년만 있는 사람이고 중간 선거가 끝나면 트럼프를 의미있는 합의 도출할 상대로 볼지 의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니까 얻을 수 있는게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김 위원장이 대화를 결정한다면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지 우리가 기대하는 진정한 의미의 내실있는 협상을 하러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지않도록 한일이 협력해서 불이익이 오지 않도록 방향성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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