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공식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압둘팟타흐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가진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 공감하며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한뜻으로 추진해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과 이집트 기업 간의 광범위한 경제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방문 환영식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통령은 이날 알시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협정서명식 이후 이어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저와 알시시 대통령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양국 관계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평화·번영 그리고 문화 융성을 위해 ‘공동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양국 간 경제·사회 분야 협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제조업 기반국이자 아프리카·중동·유럽을 잇는 핵심 허브이고, 대한민국은 성공적인 발전의 경험과 다수의 글로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이집트 CEPA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CEPA는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양국 간 CEPA 협상이 조속히 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에 관한 교류·협력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확대회담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압둘팟타흐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한·이집트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알시시 대통령과 함께 진행한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로서 한반도와 중동을 포함한 국제평화에 함께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이로=연합뉴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한·이집트 사회보장협정’이 타결된 것을 환영했다.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육 협력 양해각서(MOU)’와 ‘문화 협력 MOU’도 체결하며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은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공개된 이집트 국영언론 알 아흐람 기고문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며 경제·평화·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모두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터를 잡고 살아왔기에 고뇌하고 인내하며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험난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경제·문화·평화 등 각 분야에서 이뤄질 양국의 협력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1995년 시작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이집트 간 수교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한 30년간의 동행은 이제 미래로 향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설립한 한·이집트 기술대학에서 이집트 청년들은 기계·전기·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술을 스스로 익히며 성장의 기회를 늘리고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며 “배움에 목말라 매일 초등학교까지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녔던 기억이 있기에 교육의 힘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카사르 알 와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의 또 다른 자양분은 바로 ‘문화’”라며 “한국과 이집트 국민이 서로에 대해 갖는 호감과 친근함은 양국 관계의 자양분이자 모든 협력의 가장 튼튼한 기초”라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는 예로부터 아랍 문화의 중심지이며 범람하는 나일강처럼 예술이 넘쳐흐르는 공간이었다. 그런 이집트에서 이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면서 “K뷰티, K패션, K푸드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집트를 사로잡았다는 점에 더욱 감개가 무량하다”고 밝혔다. 전날 이집트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이날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과 공식오찬 등을 함께 하며 양국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에는 카이로대학교 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對)중동 구상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저녁에는 재외동포 간담회를 열고 이집트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21일 이집트를 떠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할 예정이다.
카이로=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