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토아 매각 반댈세"…파업 찬성률 '100%' 노조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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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토아 매각 반댈세"…파업 찬성률 '100%' 노조 반발 확산

SK텔레콤이 데이터홈쇼핑 자회사 SK스토아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라포랩스'은 설립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 없는 스타트업이 인수할 경우 경영난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18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산하 SK스토아지부는 이날 정오부터 1시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 주 출입구 앞 광장에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SK텔레콤의 매각 결정을 규탄할 예정이다.


노조 "라포랩스 재무안정성 우려·SK텔레콤의 졸속매각"

노조는 전날부터 단계적 파업에도 돌입했다. 지난 13~14일 진행된 합법적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자 211명(투표율 99%) 전원이 100% 찬성하며 압도적 지지가 확인됐다. 단계적 파업은 조끼·배지 착용 등 상징적 행동을 시작으로, 부분파업을 거쳐 전면파업까지 수위를 순차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100% 지분을 보유한 SK스토아 매각 우선협상자로 라포랩스를 선정했다. 라포랩스는 4050 여성 대상 패션 플랫폼 '퀸잇'과 5060 타깃 산지 직송 먹거리 플랫폼 '팔도감'을 운영하는 회사다. 매각가는 약 1170억원 수준이다. 현대홈쇼핑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내건 라포랩스와 달리 고용인원의 30% 감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재무안정성이 취약한 스타트업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이 타당하냐"면서 이번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라포랩스는 창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반면 SK스토아는 그동안 흑자를 유지해왔다.


노조는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라포랩스가 인수에 나설 경우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식자재 플랫폼 '정육각'이 오프라인 식품 전문기업 '초록마을'을 인수했을 당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구조로 인해 운영 부담이 예상됐고, 결국 정육각은 경영난에 빠지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실사 착수 후 불과 2주 만에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서 매각 절차가 졸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측은 " SK스토아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고 전체 직원의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적정한 인수자를 선정하는 것이 대주주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SK텔레콤 측은 라포랩스와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계약을 종료하고 내년 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최대출자자변경 승인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구성원의 고용안정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두고 있다"며 "다만 노조의 반발에 대해 SK텔레콤이 직접 나설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라포랩스 "700억 현금성 자산에 400억 투자 확약받아" 

라포랩스는 인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현금성 자산(현금 315억원·단기금융상품 340억원 등)은 기존 투자자로부터 확약받은 4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적자폭도 줄어든 만큼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11억원, 영업손실은 80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중 40억원가량은 직원 주식보상비용이었다, 나머지 40억원은 마케팅 투자 강화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흑자를 냈다"며 "(SK스토아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연결 기준 흑자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된 적자로 누적된 결손금 585억원은 자본잉여금(875억원)을 활용해 결손금을 정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회사 운영을 위해 추가로 500억원을 투자받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5차례 투자를 받았는데, 가장 마지막 투자는 시리즈B 단계로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4500억원의 기업가치로 340억원을 투자받았다.


라포랩스는 홈쇼핑업계가 모바일 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시너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라포랩스의 모바일 운영 기술을 SK스토아에 이식해 경쟁력을 높이고, 확보한 셀러들과 좋은 상품을 퀸잇으로 연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SK스토아의 인력과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구체적인 기간을 두고 있지 않으며 계약서 사인 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예정"이라고 답했다.


홈쇼핑 업계는 이번 매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홈쇼핑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송출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데이터홈쇼핑 관계자는 "모바일 전환, 스튜디오 고도화, AI 기반 편성 등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라며 "자금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을 떠나는 만큼 직원들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라포랩스가 가진 모바일 운영 능력과 패션 카테고리 경쟁력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패션이 홈쇼핑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홈쇼핑 관계자는 "모바일 기반 플랫폼이 TV 홈쇼핑을 인수하는 건 처음 있는 사례"라며 "데이터 기반 운영 방식이나 패션 소싱 역량이 SK스토아에 접목되면 일정 부분 시너지도 가능할 수도 있어 지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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