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야 미술관이야...진정한 힐링 즐기는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가보니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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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야 미술관이야...진정한 힐링 즐기는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가보니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선정 5성급 리조트 9년 연속 이름 올려/아트 컬렉션 무려 3000점 미술관 방불/17개 레스토랑서 전 세계 미식 즐겨/이탈리아 레스토랑 ‘피네스트라’ 와인 660종 보유 와인 스펙테이터 2년 연속 ‘베스트상’ 받아
솔레어 리조트 야외풀. 마닐라 베이로 태양이 떨어진다.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해가 지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야외 풀의 은은한 조명들.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오는 미식과 와인의 향기. 그리고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유혹하는 라이브 재즈의 선율과 한 잔의 칵테일까지.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로 들어서자 꿈에 그리던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리카르도 라이트닝 작품 ‘더 선 라이즈스’. ◆리조트야 미술관이야
인천공항에서 4시간이면 닿는 필리핀 마닐라에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선정하는 5성급 리조트에 9년 연속 이름을 올린 럭셔리 휴양지 솔레어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고진영, 윤이나의 메인 스폰서 기업이 바로 솔레어로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로비로 들어서자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듯한 거대한 조형물 ‘더 선 라이즈스’가 여행자를 반긴다. 리카르도 라이트닝의 설치 작품으로 금빛과 호박빛으로 반짝이는 수백 개의 유리 조각들이 VIP층에서 공용 로비홀까지 두 개 층을 관통하며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화려하게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장관이다. 솔레어가 필리핀을 대표하는 리조트라는 사실을 작품으로 대변하는 것 같다.
베네딕토 카브레라 작품 ‘트윈스/사벨’ 안으로 더 들어가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선 베네딕토 카브레라의 추상 조각 작품 ‘트윈스/사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필리핀 미술계 최고 영예인 ‘국가 예술가상’을 수상한 거장으로, 1960년대부터 사벨 시리즈를 통해 거리의 현실과 추상 조형화를 결합하는 필리핀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비닐 조각들을 몸에 감고 살던 노숙 여성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스케치하면서 그 안의 아름답고 추상적인 형태를 발견, 이를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름다움, 끈기, 반항, 존엄, 자유를 나타내는 필리핀 현대 미술의 상징적인 얼굴이 됐다.
케네스 코본퓨 작품 ‘더 메이즈’ 워터사이드 레스토랑 안에서도 케네스 코본퓨의 독특한 설치작품 ‘더 메이즈’를 만난다. 그는 필리핀 세부 출신의 세계적인 가구·산업 디자이너. 야자과 덩굴식물 줄기인 라탄, 대나무, 바나나과 식물 아바카 등 자연 소재에서 영감을 얻으며 전통 수공예 기술과 현대적 조형 감각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 타워 엘리베이터실 입구 양쪽 벽에 설치된 작품은 ‘웨이브’. 필리핀의 전통 바구니 짜기와 직물 패턴을 연상시키는 금속 패널을 무광 골드 톤으로 마감했는데 섬세한 시각적 리듬과 부드러운 움직임이 돋보인다.
노먼 드레오 작품 ‘마이 리틀 뮤지엄’ 2층 포럼 구역으로 올라서자 본격적인 회화 작품들이 긴 복도를 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야스민 닥터, 자나 베니테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노먼 드레오의 대형 작품 ‘마이 리틀 뮤지엄’이 압권이다. 그는 하이퍼리얼리즘 경향의 작가로 한 벽을 모두 차지할 정도로 큰 캔버스에 박물관의 책과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해 탄성이 터지게 만든다. 이처럼 솔레어 리조트는 벽, 천장 등을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으로 꾸며 마치 거대한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대부분 필리핀 현대미술 작가들이다. 리조트 아트 컬렉션은 무려 3000점을 넘을 정도로 방대해 방문객들은 덤으로 문화 감성을 충족할 수 있다.
레드 랜턴 애피타이저 딤섬 세트. 레드 랜턴 쓰촨 스파이스 소스를 곁들인 미국산 소갈비. ◆미식의 향연 즐겨볼까
마닐라 베이를 끼고 있는 솔레어 리조트는 2013년 3월 오픈한 복합 리조트로 올해 12주년을 맞았다. 베이 타워와 스카이 타워 등 2개 건물의 객실은 무려 800개에 달해 쾌적한 휴가를 즐기기 좋다. 무엇보다 끝없이 펼쳐지는 미식의 향연이 매력이다. 레스토랑이 17개에 달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호텔에서 실력을 쌓은 조리 부문 부사장 세바스찬 켈러호프가 식음료 업장을 총괄한다. 중식당 ‘레드 랜턴’이 인기. 매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공수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자 4종 딤섬으로 꾸민 애피타이저가 그림 같은 플레이팅으로 나온다. 새우 딤섬으로 식욕을 북돋우고 청경채 딤섬으로 입가심한 뒤 블랙 트뤼프를 얹은 찐 가리비를 입안에 넣으면 마닐라 베이 바다가 입안에 통째로 밀려드는 느낌이다. 여기에 노른자를 올린 와규 타르트를 더하면 잠자던 미각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난다. 대단하다. 애피타이저 하나로 식욕을 단번에 일깨우다니. 하지만 너무 놀라지 말기를. 미식의 향연은 이제 시작이다.
레드 랜턴 웍에 볶은 왕새우. 간장 베이스로 감칠맛 나게 조린 게살·팽이버섯·물고기 부레 스튜로 위를 데우고 나면 3가지 메인코스가 나온다. 중식 스타일로 천천히 브레이즈해 쓰촨 스파이스 소스를 곁들인 미국산 소갈비는 씹을 것도 없이 입에서 사라진다. 알싸한 마비감, 매운 향신료향, 진하고 고소한 소고기 풍미의 궁합이 아주 좋다. 스파이시한 갈릭 소스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웍에 볶은 왕새우는 불향과 마늘의 감칠맛에 이어 새우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춤을 춘다.
레드 랜턴 퀴노아와 시금치. 레드 렌턴 시칠리아 그릴로 품종 화이트 와인 만드라로사. 생선육수로 끓여낸 퀴노아와 시금치 요리는 은근한 바다의 감칠맛이 배어 있는 퀴노아의 톡톡 씹히는 식감과 부드러운 시금치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미식의 세계에 눈을 뜨게 만든다. 중식에 면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블랙페퍼 소스로 센 불 웍에 볶은 누들에 미국산 관자, 청경채, 양배추, 당근을 곁들였는데 해산물의 감칠맛과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밸런스를 잘 잡아 끊임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시칠리아 토착 품종 그릴로로 빚은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생기발랄한 산도와 솔티한 미네랄이 기름진 중식과 환상적으로 어울리며 맛을 더욱 북돋워 준다.
일식당 야쿠미. 일식당 야쿠미 홍합 새우 요리. 일식당 ‘야쿠미’는 도쿄의 유명한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매주 2회 신선한 최고급 식재료를 공수한다. 낮에는 뷔페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려면 위를 좀 비우고 가야 한다. 석화, 가리비, 모시조개, 홍합 등 신선한 해산물에서 립아이 스테이크, 얇게 저민 야키니쿠 스타일 소고기, 호주산 양갈비, 닭 꼬치 요리까지 다양하다.
피네스트라 샴페인 니콜라스 푸이야트.
피네스트라 도멘 데 페르드리 뉘생조르주 프리미에 크뤼 모노폴. 와인을 좋아한다면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네스트라’를 꼭 가 봐야 한다. 유명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는 매년 뛰어난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전 세계 레스토랑과 와인바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피네스트라는 2024∼2025년 2년 연속 베스트상을 받았다. 와인이 모두 660여종으로 이는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레스토랑이다. 여기에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 수석 셰프 안드레아 스파고니가 선사하는 미식까지 더해져 미식 여행의 정점을 찍는다. 팬에 구운 홋카이도 가리비와 새우 육수로 맛을 낸 수제 오레키에테(귀 모양 파스타)에는 샴페인, 화덕에서 구운 안심 스테이크에는 부르고뉴 뉘생조르주 마을 피노누아를 곁들이면 맛의 신세계가 열린다.
워터사이드 필리핀 전통 만찬 살루살로. 또 필리핀의 전통 만찬 ‘살루살로’를 즐기는 워터사이드, 뷔페 레스토랑 프레시, 24시간 운영하는 누들 전문 레스토랑 ‘럭키 누들’, 한식 전문 레스토랑 ‘기와’, 2023년 10월 해외에서 최초로 오픈한 ‘깐부치킨’, 간단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428석 규모의 푸드코트도 마련돼 리조트 안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칵테일과 스피릿을 좋아한다면 ‘바카라 룸 앤 바’로 가면 된다. 수준 높은 라이브 공연은 덤이다.
산 아구스틴 교회. 산 아구스틴 교회 내부. ◆마닐라의 ‘작은 스페인’ 인트라무로스
필리핀은 16~19세기 300년 넘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 마닐라의 옛 스페인 식민도시 성곽구역인 인트라무로스다. 이곳은 1571년부터 스페인 식민지 행정·종교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성당, 수도원, 관청, 학교 같은 핵심 시설이 모두 이곳에 몰려 있었다. 대표적인 유적이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 아구스틴 교회. 한눈에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석조 건물이 오랜 역사를 들려준다. 1607년에 완공된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다. 1645년과 1863년 지진, 1945년 마닐라 전투 때 도시 전체가 파괴됐지만 이 교회만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살아남았다. ‘기적의 교회’로 불리는 이유다. 정면 파사드는 단순하지만 내부는 화려한 유럽 바로크 장식으로 꾸며졌고 특히 착시 벽화인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꾸민 천장이 유명하다. 평평한 천장이 마치 돔 형태로 보일 정도로 매우 정교해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마닐라 대성당.
마닐라 대성당 정면 파사드. 산 아구스틴 교회가 갖은 고난을 꿋꿋하게 버텼다면 마닐라 대성당은 파괴됐다가 한자리에서 8차례나 부활한 건물로 유명하다. 1581년 무렵 완공된 대성당은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진, 화재, 전쟁으로 수차례 파괴됐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인 1945년 마닐라 전투 때는 전면 붕괴됐지만 1958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다. 130여개의 스테인드글라스, 5685개 파이프로 이뤄진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볼거리다.
까사 마닐라. 카사 마닐라. 카사 마닐라는 19세기 후반 스페인 식민지 시대 상류층 저택 내부를 재현한 박물관. 스페인·필리핀 전통의 바하이 나 바토 양식으로 지은 저택은 응접실, 침실, 식당 등을 당시 가정 구조 그대로 복원했으며 가구, 식기, 장식품, 시계, 램프, 악기 등을 전시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마닐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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