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점포 출점 규제가 유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
유통산업발전에 포함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 일몰을 앞두고 규제의 지속성 여부를 검토하기 진행된 정부의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적시된 '연구 목적'이다. 하지만 유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한 분석 방법이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보고서 곳곳에서 결론이 오락가락했다.
6일 본지가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유통산업 제도 개선을 위한 조사 및 연구: 대규모점포 출점 효과 분석을 중심으로)는 회귀단절모형(RDiT)을 활용해 대형마트 8곳의 출점 전후 거리에 따른 소매점들의 매출 변화를 비교한 결과, 장기 기준으로는 전통시장과 외식업종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적었다.
전통시장은 7~11%, 외식업종은 1~3%가량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형마트 출점 전후의 거리에 따른 도소매업 매출을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로부터의 거리에 차이는 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매출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도소매 업종의 경우 대형마트 출점 전보다 매출이 5.2~11.7% 감소했다면서, 대형마트 100m 내 점포는 제외하고 결론을 내렸다. 대형마트 인근 도소매 업종의 경우 매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SSM 출점 효과 분석은 더욱 심각했다. 보고서는 SSM을 단기(60일)·장기(150일)로 나눠 거리별(100m, 500m, 1㎞, 2㎞, 3㎞ 등)로 돌린 뒤 "단기적으로는 전통시장·도소매·외식에 뚜렷한 영향이 없었지만 90일 이후에는 전통시장 매출이 최대 5%가량 줄어드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고 썼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단에서는 "SSM은 주로 대단지 아파트 상가 등 주거지역에 위치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 SSM 출점 효과에 대한 분석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SSM이 위치한 시군구의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형마트와 SSM과 대체 관계가 가장 높은 소매점은 온라인 쇼핑몰이 꼽혔다. 대형마트와 SSM을 이용할 수 없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들은 슈퍼마켓, 전통시장,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중 각각 40.3%, 29.1%의 비중으로 온라인쇼핑몰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전통 상권의 전환 효과는 실효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기반으로 지자체장의 지역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정책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됐다. 설문조사는 '대규모점포의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최종 제언은 '지금의 규제 틀을 유지하라'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당초 규제 완화를 추진하다가 최근 들어 연장 쪽으로 입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연구용역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했다. 대규모 점포 의무 휴업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심야영업 금지 규정을 폐지해 새벽 시간대 온라인 배송까지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논의는 다시 '규제연장'으로 방점이 옮겨간 것이다.
산업부는 대규모 점포 영업규제 일몰 연장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대·중소유통 균형발전 및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 시책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고, 규제 여부는 지자체 자율 선택이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규제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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