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국내 무위험지표금리인 '코파(KOFR)'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표준금리로 정착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4일 한은과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단기금융시장 발전 및 KOFR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 WGBI 편입으로 대규모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 금융시장의 인프라가 한 단계 더 국제화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OFR 거래에 필요한 기반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남은 과제는 속도와 신뢰"라며 "KOFR 확산전략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시장참가자가 확신을 갖고 거래할 수 있도록 CD 수익률 중요지표 해제 방안 등 지표금리전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책 시계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KOFR가 우리 금융시장의 준거금리로 성공적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며 "대규모 외국인 국채 투자자금 유입이라는 자본시장 재도약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지표금리체계의 발전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투자유인을 제고하고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한층 높일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콘퍼런스의 또 다른 주제인 단기금융시장과 관련해선 "지난 10여년 간 환매조건부증권(RP) 시장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이에 힘입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뢰성 높은 무위험금리 산출이 가능해졌다"면서도 "동시에 RP 시장을 통한 레버리지 추구가 확대되며 잠재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시장 현황을 냉정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시장 내 비은행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서는 "금융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시장참가자 구성이 다양해지고 경제충격에 대한 반응행태가 복잡해지면서 정책 대응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 설계시 비은행 부문 성장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축사로 나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KOFR가 국내 금융거래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중 지표금리 개혁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미 KOFR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파생상품시장과 채권시장은 활용 목표치를 과감하게 설정하고, 시장참여자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강화해 활용 속도를 가속화해나갈 것"이라며 "대출시장에서도 KOFR가 사용될 수 있도록 단계적 도입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출상품에 적용되는 대출 지표금리는 금융소비자의 상환부담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이익과 시장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세심하게 도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CD금리를 시장 신뢰도가 높은 다른 지표금리로 대체하는 개혁 작업도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특히 "호가 기반의 CD금리는 2012년 조작사태로 문제가 됐던 리보와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장참가자들이 스스로 사용비중을 점차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척 프린스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음악이 흐르는 동안 계속 춤을 춰야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음악이 실제 정지됐을 때 시장에 남은 것은 막대한 후유증과 커다란 상흔이었다. 리스크 있는 지표금리를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춤'을 멈추는 것은 결국 시장참가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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