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달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공제회는 많은 복지혜택으로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더 높은 금융자산 수익을 통해 회원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공제회의 '롤모델'이 바로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교직원공제회)다.
탄탄한 자산운용이 성장에 큰 보탬이 됐다. 교직원공제회의 자산운용 키워드는 '대체' 그리고 '해외'다.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2000년대 호주 담수화 플랜트, 2010년대 미국·영국 오피스 투자 및 셀트리온헬스케어 메자닌 투자 등 연기금·공제회 가운데 상당히 앞선 투자를 단행했다.
자산규모 연평균 10%대 안정적 증가
1971년 총자산 13억원 규모로 시작한 교직원공제회는 공제회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은 총자산(74조원)을 확보하고 있다. 연기금을 포함해도 국민연금 다음으로 많다. 회원 수는 92만명으로 자영업자가 주축인 노란우산공제회 다음이다.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The-K)'란 브랜드로 직영 호텔, 상조 자회사 등을 운영하는 한편 다양한 제휴사 할인 등 회원들에게 복지혜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또한 시중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장기급여를 운영중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총자산 증가율(CAGR)이 13%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특히 지난해는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총자산이 연말 기준 74조5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10조4324억원)나 늘었다.
수익률 높은 해외 투자 꾸준히 늘어
지난해 수익률을 비교하면 교직원공제회는 공제회 가운데 가장 높은 10.7%를 기록했다. 목표 수익률 4.5%의 2배 실적을 냈다. 지난해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이 견인한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해외주식 부분이 30.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이어 해외 금융대체(기업금융) 19.9%, 해외 인프라 18.7%로 높았다. 반면 국내 자산 수익률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교직원공제회는 해외자산 투자비중을 해마다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2년 55.3%, 2023년 56.1%, 2024년 58.2%까지 확대됐다. 데이터센터, 물류 등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섹터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갑윤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진국 중심의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는 공제회가 안정적 성과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며 "변동성이 큰 주식 비중은 적정하게 유지하고, 채권 대신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해 온 전략 역시 주효했다"고 밝혔다. 교직원공제회는 해외 투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7월을 목표로 미국 뉴욕 사무소 설치를 준비 중에 있다.
운용자산 3분의 2가 대체투자
공제회가 연기금과 다른 점은 상대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교직원공제회도 대체투자 비중이 66.8%로 연기금·공제회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해 약 43조원의 대체투자 가운데 기업금융이 25.9%, 부동산 24.4%, 인프라 16.5%를 차지한다.
교직원공제회는 지속적인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출자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 성장에 기여해왔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와 미국 관세부과 여파로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선뜻 출자사업에 나서지 못하던 올해 상반기 교직원공제회의 선제적인 출자 사업 발표는 PE·VC 업계에 숨통을 틔웠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3월 10개 PEF에 7000억원, 5월에는 10개 VC에 1520억원 출자 계획을 발표했다.
교직원공제회의 적극적인 대체투자는 일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난 8월 전국 5개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이 대표적이다. 교직원공제회는 5000억원 펀드 전액 출자와 담보인정비율(LTV) 50% 수준 5000억원 대출을 포함해 총 1조원 규모를 향후 5년간 투자하게 된다. 이에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체 회원 가운데 기존 소유 골프장 이용률이 3%밖에 안 되는데 왜 골프장을 추가 인수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시스템 운용'이 최대 장점
대체 투자의 경우 국내외 정보가 많은 주식, 채권과 비교해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 교직원공제회는 내부 3명, 외부 5명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리스크관리실은 전략기획실, 준법지원실, 정보보안실 등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교직원공제회의 자산운용도 '시스템 운용'이 최대 장점이다. 외부인 공채를 하는 다른 연기금·공제회와 달리 기금운용 경험이 많은 내부 출신을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승진시키는 관례가 자리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1월 임명된 고재택 기금운용이사(CIO)도 1994년 입사 이후 금융투자부 주식운용팀장, 대체투자부 대체투자2팀장, 기업금융부장, 기금운용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교직원공제회는 작년까지 11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지급준비율도 2022년 109.2%, 2023년 110.8%, 작년 113.9%로 지속해서 높아졌다.
최근 교직원공제회는 수익률 개선, 대체투자 확대, 위험관리 고도화, 자산운용조직 전문화, ESG 정책 강화 등에서 전방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안정적 운용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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