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이어 신세계도 '백기'…영욕의 인천공항 면세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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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이어 신세계도 '백기'…영욕의 인천공항 면세점(종합)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내 일부 면세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국내 면세 업계에서 또 다시 입찰 경쟁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 관문인 만큼 그동안 면세 사업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버텼지만, 업황 부진에 따라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신세계면세점 운영사인 신세계디에프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인천공항 면세점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운영을 지속할 경우 적자가 증가하고 경영상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면세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효율화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2 권역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내면세점인 서울 명동점과 인천공항 DF4(패션·잡화) 권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효율적 운영을 통한 손익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 측이 임대료 감면안을 수용하지 않자, 지난달 18일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 권역의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운영사인 호텔신라 측은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10년 영업 허가권… 2년 만에 철수, 왜?

신라와 신세계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전환) 이후인 2023년 7월 나란히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따냈다. 2033년 6월까지 10년간 운영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신라는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 권역과 패션·부티크를 판매하는 DF3 권역, 신세계는 같은 취급 품목을 다루는 DF2와 DF4 권역에 각각 낙찰됐다. 당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입찰자가 예상하는 여객 1인당 수수료(객당 임대료)에 공항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하기로 했다. 업체별로 고정 임차료를 납부하는 방식에서 산출 방식을 바꿨다.


화장품과 향수, 주류, 담배 등을 취급하는 매장은 고객 수요가 많은 곳으로, 인천공항 내 면세 사업 권역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싸다. 당시 인천공항 측이 객당 임대료로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DF1 5346원, DF2 5617원이었다. 패션과 부티크를 다루는 다른 권역에 비해 2배에서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신라와 신세계가 DF1과 DF2에 입찰하면서 써낸 금액은 각각 8987원과 9020원으로 기준치보다 68%와 61% 높았다. 이들 두 사업자뿐 아니라 롯데와 중국계 면세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까지 다자 구도로 경쟁이 붙으면서 단가가 뛰었다. 코로나19를 지나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시장 상황도 고려했다.


하지만 면세점 업황은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해 출국한 여객 수는 3531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수준(3556만명)을 회복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조181억원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2조7958억원 대비 27.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내국인들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과거보다 출국 수속에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 면세 쇼핑을 위한 여력이 줄었다"며 "무엇보다 매출 비중이 큰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이 이전보다 감소했고, 이들 관광객의 씀씀이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고 짚었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패션과 부티크 매장을 포함해 각각 두 곳의 객당 임대료로 1만원 이상이 책정됐다. 지난해 기준 매달 300만명 수준인 인천공항 이용객 수를 반영한 산정 기준에 따르면 월 300억원 이상, 연간 각각 3600억원을 임대료에 쓴 것이다. 지난해 기준 신라는 연 매출(3조2819억원)의 11%, 신세계는 연 매출(2조60억원)의 18%를 임대료로 지불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뒤 이들 사업자의 실적도 악화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387억원을 기록한 뒤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갔고,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62억원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줄곧 적자다. 사업권 낙찰 이후 1년 만에 '승자의 저주'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임대료 조정마저 결렬…6개월 내 새판짜기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 인천공항 측을 상대로 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에 대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달라며 인천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 5월 같은 이유로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입찰에서 탈락한 경쟁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사 측이 두 차례에 걸친 조정기일에도 논의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법원이 인천공항 측에 신라면세점 임대료를 25%, 신세계면세점은 27% 인하하라는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공사 측은 이마저도 수용을 거부하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사업자는 일부 권역의 운영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에 따라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고, 사업권 반납을 결정한 날로부터 6개월간 영업을 이어가야 한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3월17일,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4월28일 영업이 각각 종료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기간 새로운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인천공항 측은 "신속한 입찰을 통해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고 공항 정상 운영과 면세점 이용에 여객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3년 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과 중국국영면세점그룹이 다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해당 권역에 다시 도전할 수 있으나 재입찰 시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공사는 입찰공고를 낸 날로부터 직전 1년간의 입점업체 사업수행 신뢰도를 점수로 매겨 정성평가(5점)로 반영한다.


이 밖에 현재 인천공항에서 부티크를 취급하는 DF5 권역 사업자인 현대면세점이 화장품·주류 판매장에 추가로 응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면세점은 2년 전 입찰 당시 공사 측이 제시한 해당 권역의 최저수용금액(1056원)보다 5%가량 높은 수준으로 사업권을 따내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만 현대면세점 측은 "해당 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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