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타결로 조선업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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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타결로 조선업 '아메리칸 드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9일 한·미간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조선업의 마스가(MASGA,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국내 조선업체의 대미 투자와 함께 대부분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과 장기대출 등 선박금융으로 지원하게 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마스가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이라고 발언했다.


30일 메리츠증권은 '조선 : 아메리칸 드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조선업체의 대미 투자는 미국발 낙수효과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군함 협력 2028년 시작

미국 조선업은 밸류체인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서 선박 블록을 생산해 운반해도 미국 현지 야드에서 조립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2028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한·미 군함 협력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국 조선업체의 대미 직접 투자는 거대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미국 해군 함정 건조 장기 계획(Annual Long-Range Plan for Construction of Naval Vessels)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의 전투함 조달 계획은 연평균 363억달러 규모다. 우리 돈 50조원에 육박한다. 메리츠증권은 한국과 일본이 수주할 수 있는 아웃소싱 규모는 전체 조달 계획 중 약 19%를 가정한 연평균 67억달러(9조2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군함→상선으로 수주 기회 확대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업체의 직접 투자로 인해, 전투함 외에도 미국 상선 및 군함 시장에서 대체 불가 지위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미국 진출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군함 관련 HII(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FMD(Fairbanks Morse Defense) 등 미국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ECO(Edison Chouest Offshore)와 2028년까지 LNG-DF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한화필리조선소 인수 후에도 오스탈USA(Austal USA)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스탈USA는 작년 9월 미국 핵추진잠수함 건조사와 잠수함 모듈 생산 시설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 내년 모듈 생산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오스탈USA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국이 해군 증강의 제1목표로 하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밸류체인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현재 1년에 6척 핵추진잠수함 건조 체제를 완성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1년에 핵 억제용 콜롬비아급 잠수함 1척과 다목적 공격용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 생산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비고마린그룹(Vigor Marine Group)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비전투함 계열의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으로 협력을 시작해 향후 다양한 선박 건조 사업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조선업 판도를 바꿀 핵추진잠수함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공급 허용 요청을 공개적으로 했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걸림돌이었다.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핵추진잠수함 능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며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랜 기간 아이디어로만 머물던 한국 조선소에서의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현실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만약 한·미 간 협의가 원활히 끝나고, 한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을 발주한다면 그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한화오션이 수주한 최신예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의 본계약 체결 금액이 1조 1020억원이다. 미국 핵추진잠수함 가운데 버지니아급이 척당 51억달러(약 7조원), 콜롬비아급이 94억달러(약 13조원)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재래식 무기만을 탑재해야 하므로 가격은 미국보다 훨씬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척당 수조 원 대 시장이 열리게 된다.


배기연 애널리스트는 "미국산 핵추진잠수함의 가치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의 디젤추진잠수함 대비 상방이 열려있다"며 "핵추진잠수함 건조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선대 증강 밸류체인에 참여할 기회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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