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옌스 카스트로프가 지난 2일 미국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꿈이 이뤄진 순간이자 자랑스러운 시간.” 독일 소년이 태극전사로 거듭나는 순간,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독일 태생이지만, 어머니 안수연씨의 품에서 한국의 뿌리를 품고 자랐다. 태극기는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어렵게 새긴 태극마크, 오는 7일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데뷔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만큼 열정과 헌신, 존중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질감은 없었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합류했다. 초반엔 설렘과 떨림이 교차하는 듯했으나,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등 선수단과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긴장을 풀었다. 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통역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어머니에게 배운 한국어와 한국인답게 빠른 눈치로 곧잘 따라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알아듣는 단어가 있고 반복되는 단어를 체크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눈으로 보고 하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동료들과의 의사소통도 문제없다. 유럽파들이 즐비한 만큼 영어로 소통하면서 친밀도를 쌓고 있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네고 농담을 던진다. 홍 감독이 강조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실제로 이행되는 모습이다.
태극마크를 단 옌스 카스트로프가 지난 2일 미국에서 9월 A매치를 위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평가전은 기회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부상 이탈로 안 그래도 약점으로 꼽히던 중원이 더 약화됐다. 미드필더 카스트로프는 2연전을 통해 플랜B 또는 황인범의 새로운 파트너를 꿈꾼다. 수장이 여러 차례 기대를 드러낸 만큼 출전 시간은 충분할 전망이다.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의 포지션 경쟁력이 우리의 약점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쟁하면서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 카스트로프는 ‘파이터 타입 볼란치’다. 공격적으로 나설 땐 백승호(버밍엄시티)나 김진규(전북)가 잘 어울린다. 리그서 활약 중인 둘은 황인범과 비슷하게 패스 전개와 2선 침투 능력이 강점이다. 카스트로프의 수비적 성향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힘 있는 박용우(알아인), 박진섭(전북)과 함께 뛰어 수비를 강화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두 조합 모두 실험해볼 가치가 있다. 평가전 상대 미국(15위), 멕시코(13위)는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은 강호들이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중원의 약점을 지울 묘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