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중고차 대출업체 트라이칼라(Tricolor)와 자동차 부품 도매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가 잇달아 파산했다. 두 기업 모두 '하나의 자산을 불법적인 중복 담보로 활용해 실제보다 큰 유동성을 끌어모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트라이칼라는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ABS(자산유동화증권)로 유동화해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동일한 채권을 다시 은행 신용 담보로 제공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앞의 두 회사의 경우 명백히 불법인 '이중 담보(double-pledging)'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동성 창출 구조는 최근 수년간 국내외 수많은 자산운용사·사모펀드운용사들이 활용하는 사모신용(Private Credit)·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구조와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국내 연기금·공제회도 최근 수년간 사모신용 펀드 출자 비중을 늘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3일 하나증권은 '그림자 금융, 언젠가 스노우볼이 될지도' 보고서를 통해 사모신용·CLO 구조가 '합법의 옷을 입은 이중 담보'라며 향후 자본시장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법의 옷을 입은 중복담보 : 사모신용·CLO 구조의 그림자
통상 사모신용 펀드는 기업에 대출한 뒤 대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이나 다른 펀드에서 NAV론(Net Asset Value Loan)을 조달하고, 동시에 같은 채권을 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의 기초자산으로 편입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하나의 대출채권이 펀드, 은행, CLO 투자자에게 담보권, 수익권 등 서로 다른 권리로 분할되는 셈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법적으로는 펀드가 자산 소유권을 유지해 합법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동일한 현금흐름이 여러 계약을 거치며 세 겹의 레버리지가 형성되고, 그만큼 신용 공급 규모는 과도하게 팽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만약 기초자산 가치가 흔들리면 충격은 NAV론 대주(선순위 담보권)→펀드 지분(소유권·배당권)→CLO 투자자(수익청구권)의 순으로 전이된다. 기초자산이 외부 담보권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CLO 내부 등급 체계는 무력화된다. 요약하면 현재 합법적인 사모신용·CLO 구조는 하나의 기초자산이 여러 금융계약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유동성은 빠르게 늘지만 충격 흡수력은 얇아지게 만들고 있다.
규제의 시선 : 사실상 이중 담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이 지적했듯, 한 건의 문제는 더 많은 유사 사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트라이칼라 사례에서 보듯 이중 담보 문제는 한 기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에 현재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와 OCC(통화감독청)는 사모대출 시장의 투명성 제고 방안
을 검토 중이다. 특히 NAV론 담보자산과 CLO 기초자산의 중첩 문제에 대해 공시 강화와 담보 우선순위(intercreditor agreement) 명확화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규제의 핵심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동일한 담보 위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영주 애널리스트는 "트라이칼라 사태는 단순한 기업 파산이 아니라 유동성의 속도와 자산의 중복이 결합할 때 금융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허수로 팽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축소판이고, 사모신용·CLO 시장은 이를 더 크고 정교한 제도권 버전으로 확장해 놓은 구조"라며 "'하나의 담보가 몇 번 거래되고, 어떤 권리가 겹쳐 있는가'를 투명하게 알아야 하는데, 그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이같은 유동성의 착시는 언젠가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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