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노후화된 청사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인·허가권이 있는 춘천시가 사업계획 부실을 이유로 수차례 사업제안서를 반려하면서 두 기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는 그간 시의 보완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했음에도 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사업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라고 반발 중이다.
강원도 신청사 조감도. 강원도 제공 강원도와 춘천시 간 갈등이 지속되자 지역 정가에서는 꺼진 불씨나 다름없었던 ‘다른 시·군으로 도청 이전’ 주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화천군은 군수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도청 유치를 선언, 불씨를 키웠다. 강원지역 다른 시·군이 도청 유치전에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김진태 강원지사와 육동한 춘천시장은 2022년 12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 일원 100㎡ 부지에 9000억원을 투입해 2031년까지 도청 신청사와 공공청사,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도는 토지보상 절차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순조롭던 도청 이전사업은 시가 사업계획 부실을 이유로 도가 제출한 사업제안서를 반려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시는 △기존 청사 인근 공동화 대책 수립 미흡 △재원조달계획 불안정 △도시계획·주택공급정책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도는 4차례에 걸친 시의 보완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음에도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며 사업에 협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도청을 원하는 다른 시·군으로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광천 강원도의원(국민의힘)은 “춘천시가 계속해서 사업을 반려한다면 나머지 강원지역 17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 가장 좋은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춘천시내 곳곳에는 도청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육 시장이 책임을 질 것인지를 묻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화천군은 군수와 군의회 의장이 직접 나서 도청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문순 군수와 류희상 군의장은 이날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은 2021년 12월 간동면 간척리 군유지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청 신청사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지금도 화천의 제안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부지는 현 청사 부지 44배가 넘는 광활한 땅으로 기존 청사에서 불과 21㎞ 떨어져 있고 교통접근성도 양호하다”며 “화천으로 도청을 이전한다면 군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천군이 포문을 열면서 도청 이전을 원해 온 원주시 등 강원지역 다른 지자체들도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청이 이전해 온다면 지역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도청 이전 부지 재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