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계 총자산은 2분기 약 197조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가계 내 주식 보유 비중이 21%로 급증한 결과다. 반면, 부동산·채권·현금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2분기 개인소비가 1.7%로 1분기 0.4%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용카드 총 잔액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신용 활용(Credit Utilization) 확대 추세가 이어졌다.
22일 하나증권은 '미국 가계 자산 증대와 소비 양극화'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소비를 보면 저신용자 소비가 위축된 양극화 추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GDP 구성요소인 개인 소비의 지속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미국 개인 소비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목 소비지출의 인플레이션 착시 효과
명목상으로는 미국 개인들의 소비가 활발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모든 신용점수 그룹에서 2분기 신용카드 명목 지출액은 1분기 대비 상승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지출액을 살펴보면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 2분기 말 헤드라인 물가 기준으로 산출한 신용카드 실질 지출액은 신용점수가 높은 소비자들의 경우 2년 전인 2023년 수준에 머물며 소비가 정체되고 있다.
허성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더 우려스러운 점은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720점 미만) 소비자들의 경우 지출액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가계 재정 약화와 신용카드 대출 이자율 부담 증가가 실질 지출 하락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실질 지출액을 보더라도, 고신용자(720점 이상)는 10% 이상 상승했지만, 서브프라임 등급(660점 미만) 소비자는 지출액이 감소했다. 신용점수가 낮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고금리로 저신용자 빚 부담 증가→신용카드 연체율 급증
신용 점수가 낮은 미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잔액을 매월 갚지 않고 이월(Revolve)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월 잔액에 대한 이자 비용(Debt servicing cost)이 급격히 늘어났다. 상업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이자율은 8월 기준 21.4%까지 상승해 1995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신용자의 빚 부담 증가로 신용카드 연체율 역시 높아졌다. 뉴욕 연은(FRBNY)이 발표한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은 2분기 12.2%로 2011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100위권 밖 은행들의 연체율도 7.1%로 1991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결과적으로 고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는 신용점수가 낮은 소비자들이 늘어난 상환 부담 때문에 재량적 소비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허성우 애널리스트는 "신용점수가 낮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한 실질 지출 감소는 미국 개인 소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점을 남긴다"며 "향후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3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프라임 금리 하락을 통해 신용카드 이자율(APR)을 낮추고, 신용 취약 계층의 이자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켜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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