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합의로 방산주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달 초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던 방산 대표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도 추석 연휴 직후 내려앉았다. 명품 자주포 'K9'과 다연장 로켓시스템 '천무' 수출로 올해 들어 줄곧 우상향을 그렸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수주 잔액이 잔뜩 쌓여있고, 추가 수출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펀더멘털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10년 뒤 매출 70조, 영업이익 10조 목표
㈜한화가 2015년 삼성그룹에서 사들인 삼성테크윈이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모태다. 한화그룹은 2015년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 레이더·위성탑재체), 2016년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대공무기체계·장갑차 등), 2021년 쎄트렉아이(위성시스템 등), 2023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전투함·잠수함 등)을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년간 그룹사 방산 부문을 통합하고, 작년에 한화비전 등 비방산 부문 인적 분할을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업체로 환골탈태했다. 다만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 비중은 자회사 한화오션(지분율 30.4%) 때문에 해양 부문이 60%를 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 방산 부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의 계약을 시작으로 대규모 수출 계약이 지속되며 실적과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항공 부문의 경우 군수는 KF-21, FA-50 등 국산 전투기에 들어가는 F404, F414 엔진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한편 엔진 국산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민수 부문은 GE, 롤스로이스, P&W 등 전문 메이저 엔진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4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2028년까지 4년간 1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절반이 넘는 돈이 폴란드 천무 합작법인(JV) 설립, 사우디 국가방위부 JV 설립, 미국 장약 스마트팩토리, 루마니아 유럽 지상무기 거점 설립, 해외 조선소 투자 등 글로벌 사업에 쓰인다. 공격적인 확장으로 2035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가 많이 올랐지만, 펀더멘털 여전히 탄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이달 초 장중 한때 112만7000원을 기록해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 127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약세로 전환됐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공통적으로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납기가 빠르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채운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제품 인도 속도만 잘 유지된다면 추가 대규모 해외수주 없이도 연간 영업이익이 2027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라며 "4년 치 일감, 약 31조원 규모 방산 수주 잔액은 언제 체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신규 수주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을 넘게 차지한 K9의 경우 기존 동유럽, 중동,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서유럽 수출도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 육군이 차세대 자주포용으로 개발한 XM1113탄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해외 플랫폼이라는 점과 미래 포병전 핵심인 탄약 보급자동화가 가능한 K10 탄약보급장갑차가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또한 이미 K9을 운용 중인 국가에서 추가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이 추가 도입을 위해 예산 편성과 관계 부처 승인까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연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하이마스(HIMARS)를 사용해 존재감이 부각된 천무는 K9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천무 현지 JV설립으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노르웨이, 프랑스, 에스토니아 등 도입을 고려하는 유럽 국가에 매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주문해도 하이마스 인도가 4~5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상황도 유리한 점이다.
독일 라인메탈을 제치고 호주 생산을 준비 중인 레드백 장갑차의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약 4조원 규모 루마니아 차세대 장갑차 도입 사업도 늦어도 내년까지 최종 계약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 법인을 설립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수주한 K9 공장을 활용한 현지화 및 파워팩 공유에 따른 시너지를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유럽 재무장으로 포탄 부족 현상이 2032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약(포탄을 쏘아올리기 위한 화약) 성장세도 주목받고 있다. 내년 말 충북 보은 공장이 완공되면 장약 생산량이 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2027년부터 연간 3200억~4000억원 매출 증가를 예상했다.
중동과 항공 부문이 미래 먹거리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지역이 가시권에 든 최대 시장이지만 중동 지역도 향후 수출 전망이 높은 편이다. DB증권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등 중동 지역 잠재 수요는 장갑차 97조9000억원, 자주포 35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K9은 지난해 카타르 연합훈련, 올해 UAE 연합훈련에 참여하며 사막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인지도가 높은 궤도형 K9, 기동력을 향상한 차륜형 K9, 필수적인 탄약 수요 등을 고려하면 향후 중동지역 수주가 실적 성장세를 이끌 전망이다.
항공 부문은 아직 적자 상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KF-21 엔진과 무인기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KF-21의 경우 현재 미국 GE의 F414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향후 수출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국산화가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대 중반 이후 100% 국산화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4월 미국 무인기 전문기업 제너럴아토믹스와 단거리이착륙무인기(STOL)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개발을 담당했고, 2027년 초도 비행이 목표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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