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4인 가족의 가장인 만수(이병헌)가 가족들과 함께 양옥 2층 저택 잔디밭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여유로운 삶을 살던 만수는 25년간 근무하던 제지 회사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고 좌절한다.
이후 만수는 3개월 안에 동종업계에 재취업 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한 그였지만 채용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어렵게 마련한 집마저 처분해야 할 위기에 놓이고 가족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치닫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만수는 업계에서 자신보다 능력 있는 경쟁자 5명을 제거하면 재취업이 수월할 것으로 믿고 가짜 구인광고를 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직장 동료인 선출(박희순)을 비롯해 타 회사 실직자 범모(이성민), 또 다른 경쟁자 시조(차승원) 등의 신상을 파악, 이들을 차례로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번 작품은 영화계 거장 박찬욱 감독의 연출 아래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현대 사회의 가장이 직면한 불안정한 일자리, 무거운 생계 부담, 끊임없는 사회적 압박 등의 현실을 예리하게 담아내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이번 영화를 보며 주인공 만수 사례처럼 재취업 걱정에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이 모두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몸에 축적돼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우리 몸의 기(氣)와 혈(血)의 흐름을 막고 장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본다.
특히 간(肝)과 심(心) 계통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소화불량, 두통, 불면, 가슴 답답함, 생리 불순, 만성 피로 등이 전형적인 스트레스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장기간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몸에 화가 쌓이게 되고 결국 ‘화병(火病)’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화병은 ‘울화병’의 준말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실제 증상이다. 화병은 명치 부위에 덩어리가 느껴지듯이 답답하고 꽉 막힌 증상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숨가쁨·한숨·두근거림·두통·불면·속쓰림 등이 동반된다. 심할 경우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마음 속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이 생길 경우 이를 방치하지 말고 조속히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화병으로 인한 증상이 동반되면 보통 심리치료를 선택할 수 있으나 신체 증상을 조절하는 한의통합치료도 화병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화병 치료를 위해 침,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한다. 침 치료는 가슴 정중앙 오목한 부분에 있는 단중혈을 주로 활용하여 화를 내려주고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한다.
화병의 증상 중 하나인 급격하게 숨가쁨, 두근거림의 증상이 나타나면 ‘한약 구급약’이라 불리는 우황청심원 처방을 활용해 신경 안정과 불안 완화를 유도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항산화(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도 우황청심원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다양한 뇌 신경재생인자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한 중년 가장의 생계 걱정은 화병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경제적 불안이 겹쳐 나타나는 복합적 스트레스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화병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 개입해 일상 속 긴장을 완화하고 건강한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