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성남시의료원 운명은?…대학병원 위탁안 물꼬 트일까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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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성남시의료원 운명은?…대학병원 위탁안 물꼬 트일까 [오상도의 경기유랑]
‘잠자는’ 대학병원 위탁안…신상진 시장, 정은경 장관에 면담 요청 李 대통령, 성남시장 1호 공약…주민 발의 첫 공공의료원 ‘상징성’ 국정 최고 책임자 ‘의지’ 꺾을 수 있느냐가 관건…정치논란 비화 시민단체 “시의료원 공공성 강화” vs 성남시 “자생의 길 요원”
표류하는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안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30일 경기 성남시에 따르면 신상진 시장은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안 신속 승인을 거듭 촉구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시가 이날 공개한 서한문에는 정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3년 11월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안을 발표하는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 ◆ 1년9개월간 미뤄진 결정…509병상 공공병원

신 시장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공공보건의료사업 확대·강화를 위해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복지부로부터 승인 여부가 통보되지 않아 509병상 규모 공공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의료원이 지역 상황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단순한 재정지원이 아닌 위탁운영 승인이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장관님과 면담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문. 성남시 제공 신 시장은 건립비 1691억원과 운영비 3094억원을 포함해 시의료원에 4785억원의 시 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근본적 체질이 개선되지 않아 자생의 길은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시는 2023년 11월 복지부에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승인 기준·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9개월간 결정을 미뤄왔다.

복지부는 성남시의료원을 서울의료원과 함께 ‘다층 진료기능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성남시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1977년 개원해 전문의 279명과 전공의 100여명을 확보한 서울의료원과 성남시의료원의 애초부터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 시장은 “정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시민의 절실한 요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 제공 이런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6·3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회자됐다.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시의료원을 방문해 빈 병실들을 둘러보면서 “(공공의료원의) 운영 성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이를 전국에 확대하려는 이재명 후보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공격한 때문이다. 성남시의료원 운영을 두고선 “전형적 치적 쌓기”라고 비판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7월 전국 처음으로 주민 발의로 건립이 추진되면서 500병상 규모로 건립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당시 1호 공약일 만큼 상징성이 강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하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시범 운영됐고, 이후 공식 개원했으나 경영 악화로 어려움이 따랐다. 여전히 의료진 확보가 힘들었고 진료 공백, 의료손실 등으로 대학병원 위탁 운영안이 힘을 얻는 듯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인 올해 6월 성남시의료원 앞에 있는 주민교회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공공의료 vs 경영 효율화 논란 재점화

실제로 이곳의 연간 손실은 400억~500억원대로 시는 운영을 위해 2022년 265억원, 2023년 215억원, 2024년 413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에는 484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대학병원 위탁안의 이유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 의료사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성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성남시의료원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역할을 했으나 윤석열 정부 당시 운영지원이 축소돼 어려움이 따랐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치료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치과 진료, 발달장애인을 위한 행동발달증진센터,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 등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성남시의료원 출범을 정치 입문 동기로 내세우는 이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면서 복지부 역시 성남시의 위탁안에 쉽게 찬성하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아울러 민간위탁을 위해선 기존 시의료원 의료진과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돼 험로가 예상된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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