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식교양 프로그램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사건이나 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역사, 문화, 음식, 고고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소재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예능적인 요소를 더해서 차별점을 주고 있다. 방송가의 지식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진 않지만 어느 정도 시청률이 꾸준히 유지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3일 방송가에 따르면 E채널은 29일 ‘하나부터 열까지’를 방송한다. ‘음식’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 과학, 맛집, 건강, 여행 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물고 뜯는 잡학 지식 차트쇼다. 진행은 방송인 장성규와 강지영으로, 이들은 매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두 사람은 JTBC 아나운서 입사 동기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단순히 ‘딱딱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프로그램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부터는 가수 겸 방송인 데프콘이 이끄는 tvN ‘잡학자들’이 방송을 시작했다. 과학·철학·고고학·인문학·의학까지 각 분야의 ‘덕후’(마니아)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파헤치는 잡학 토크쇼다. 중심 주제는 ‘건강’으로,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이 역사 속 인물들의 건강 문제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구도 과학 지식과 같은 어려운 개념을 기발한 비유로 쉽게 설명했으며 정형외과 전문의 성민규는 의학적 근거로 신뢰감을 더했다.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 곽민수는 고대 문명과 의학을 잇는 독창적인 덕후력을 선보였다.
지난 4일부터는 JTBC ‘역사 이야기꾼들’도 전파를 타고 있다. 역사 강연 배틀쇼라는 부제를 가진 해당 프로그램은 MC 서장훈을 필두로 최태성, 썬킴, 김지윤, 심용환 등 역사 이야기꾼들이 100명의 청중 ‘사(史)심단’ 앞에서 강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4일 1회에서는 독립운동가 김상옥, 클레오파트라, 하나회, 제3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11일과 18일에는 심용환 대신 박현도가 참여해 ‘극악의 테러’를 소재로 여운형 테러 , 9·11 테러, KAL 858기 폭파,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을 이야기했다.
이밖에 tvN ‘벌거벗은 세계사’(2022년 1월4일 시작·현재 222회),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2021년 10월21일·193회), KBS2 ‘스모킹 건’(2023년 3월29일·111회), tvN 스토리 ‘벌거벗은 한국사2’(2022년 4월29일 시즌1 시작) 등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장수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식교양 프로그램은 스테디셀러(꾸준히 팔리는 상품)”라며 “사람들은 지식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지식교양 프로그램은 그런 욕망을 채워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BS는 채널 자체가 지식과 교양이라고 할 정도로 방송사는 오래전부터 지식교양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며 “다만 최근에는 재미적 요소를 넣거나 형식적 차별을 준다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교양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3∼5%를 꾸준히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 측에선 높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양질의 장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