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가동을 앞둔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이 시장에 풀리면 울산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수익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울산에서 NCC를 운영하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일부 적자를 감수하며 수직계열화를 이어갈지, 외부에서 더 낮은 가격의 에틸렌을 조달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1일 업계와 울산시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지난 6월 온산공장 근처 해안가에 납사 저장용 탱크 3기를 완공했다. 그동안 길 건너 위치한 에쓰오일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나프타 전량을 조달받았지만, 샤힌 가동 후에는 에쓰오일 내부에서 나프타를 자체 사용하게 돼 이 공급망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만큼 외부 수입을 통한 조달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물류비와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위험에 처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공급망이 아예 끊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적시공급(JIT) 방식에 비하면 비용이 다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료와 제품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이 온다는 점이다. 대한유화는 나프타 조달처 축소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SK지오센트릭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에틸렌 공급으로 제품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처지다. SK지오센트릭은 66만t 규모 NCC 2공장은 최대로 돌리고 있지만, 2020년 업황 악화로 1공장(20만t)을 멈추며 20% 넘는 생산능력을 한 차례 줄여낸 바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180만t이 추가로 쏟아지면 가격 측면에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은 현재 8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 2580억 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짓는 것으로,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전환하는 최신식 기술을 도입해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등 기초 유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6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프로필렌 기반 사업을 하는 효성화학 등과는 이미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에쓰오일 측은 "저희로서도 사운을 걸고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일 뿐"이라고 했다.
박종필 울산시청 화학소재산업팀장은 "울산은 정유·나프타부터 기초유분, 중간 소재,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다층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수십 개 중소기업이 후단에 포진해 있어 한 곳의 타격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청은 산업 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 남구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할 방침이다.
울산=오지은 기자 joy@asiae.co.kr